금융위원회가 2015년 모험자본 육성 등을 위해 마련한 사모펀드 완화 규제를 5년만에 다시 강화했다. 라임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이 환매 중단을 선언하는 등 사모펀드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가 '투자자 보호'에 눈을 돌렸다.
금융위는 14일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공모펀드를 형식상 사모펀드로 판매하는 '무늬만 사모펀드'를 원천 차단하고, 고난도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또 시장 참여자들이 운용 펀드를 상호 감시할 수 있는 내부통제 장치를 만들고, 복층 투자구조(모·자·손 구조 등) 펀드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도 더했다. 유동성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자사 펀드 간 상호 순환 투자도 금지했다.
사모펀드는 기업의 창업·성장·회수 생태계에 자금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민간 모험자본이다. 199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위험 자본이라는 부정적 인식에 성장하지 못했다. 규제가 거의 없는 외국과 달리 국내 사모펀드가 높은 규제 장벽에 둘러쌓인 이유다.
그러다 금융위가 2013년 '사모펀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이듬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사모펀드의 진입·설립·운용·판매 규제를 대폭 완화해 민간 자본을 기업 생태계에 적극 공급하자는 취지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법이 2015년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모펀드 업계는 날개를 달았다. 2014년 204조원에 불과했던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238조원을 넘어 지난해 478조원으로 성장했. 사모펀드 운용사도 2015년 19개에서 지난해 말 217로 10배 가량 많아졌다.
그러나 다양한 문제도 나왔다. 불완전판매, 유동성 관리 실패, 운용상 위법·부당행위 등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조원대의 환매 중단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태다.
라임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비유동성 메자닌(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 자산에 주로 투자하면서, 펀드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개방형으로 운용했다. 또 일부 펀드가 미국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연루된 사실을 알고도 운용사가 투자자들에게 사실을 숨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라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이때부터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제대로 된 감독 기능을 하지 못했고, 라임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양측이 책임을 미루면서 사태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1800억원 규모의 알펜루트 환매 중단의 경우 금융당국의 대책이 늦어지면서 자금을 공급한 증권사들이 대규모 자금회수를 벌인게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시간을 끌면서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위험에 빠졌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일부 부작용'이라는 입장이다. 제도가 미비하고 운용구조가 취약해 나타난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모험자본 공급 등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제도적 미비사항, 일부 취약한 운용구조 보완을 위한 최소한의 규율체계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도 개선 방향의 핵심은 시장 참여자들이 상호 감시 및 견제를 할 수 있는 내부통제 장치 마련이라는 시장의 평가도 많다.
다만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움직임으로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모운용사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운용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당장 큰 동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상시 감독 체계와 보고 의무를 강화한 부분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