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통사고 사망 사건 14%가 노인 과실이라는데… [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입력 2020-02-14 10:00
수정 2020-02-14 10:19

지난해 일본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의 14% 이상이 7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망사건 발생 비율이 2018년에 이어 역대 최고수준을 이어간 것입니다. 고령화가 날로 심해지는 일본에서 노인운전 문제가 점점 사회의 전면으로 대두되는 모습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경찰청 통계를 집계한 결과, 2019년에 75세 이상 운전자가 과실 책임을 가장 많이 지는 ‘제1당사자’가 된 교통사망사고가 401건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망사고는 전년 대비 59건 줄긴 했지만 전체 사망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4%로 전년에 이어 역대 2위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운전면허 보유자 10만명당 75세 이상 운전자 사망사고 건수는 6.9건으로 75세 미만(3.1건)의 2배 이상이었습니다. 80세 이상 운전자의 경우는 10만명당 사망사고 건수가 9.8건으로 높아졌습니다.

고령 드라이버로 인한 사망 사고 401건 중 오토바이를 제외한 차량사고 358건의 사고 내역을 살펴보면 운전대 조작이나 가속페달·브레이크 조작 실수가 107건(30%)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사거리 등에서 좌우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안전 미확인’도 68건(19%)에 달했습니다. 일본의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수는 2018년말 기준으로 563만명에 이릅니다.

한편 지난해 일본 내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38만1237건으로 전년 대비 4만9364건 줄었습니다. 사망자수도 3215명으로 전년 대비 317명 감소했습니다. 사망자 중 65세 이상 노인은 1782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55.4%를 차지했습니다.

일본 사회는 노인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이 잇따르면서 대책 마련에도 분주한 모습입니다. 일본 정부는 75세 이상 고령자 전용의 새 운전면허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동 브레이크 등 안전기능을 갖춘 차종에 한해 운전이 가능한 고령자용 면허를 만들기로 하고 올해 정기국회에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입니다. 이르면 새 제도가 2022년에 도입될 예정입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본 사회는 과거에 직면하지 못했던 새로운 과제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여러 방면에서 고령화에 따른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부터 법적·제도적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