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디지털위안화 굴기…'인민은행 가상화폐' 특허 쏟아낸다

입력 2020-02-13 17:18
수정 2020-02-14 01:18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국제 특허를 80여 건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CBDC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일종이면서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이기 때문에 통화량 조절 등 통제가 가능하다.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 질서에서 위안화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중국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디지털상공회의소의 분석을 인용해 인민은행이 84건의 디지털화폐 특허를 출원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상공회의소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의 이익단체로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이 소속돼 있다. 블록체인은 한 네트워크 구성원들이 금융거래 정보를 나눠 보유하도록 해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FT는 인민은행이 출원한 특허의 상당수가 CBDC 발행과 공급에 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화폐를 이용한 은행 간 결제 시스템, 디지털화폐 계좌와 기존 은행 계좌와의 통합 기술 등도 포함돼 있다. 특허 소유권 대부분은 인민은행 자회사인 디지털화폐연구소에 귀속되지만, 일부는 중국 국유기업들이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페리언 보링 디지털상의 회장은 “특허들을 보면 인민은행이 개인들의 거래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까지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디지털화를 중요 과제로 채택하고 2014년부터 디지털화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은 2017년 디지털화폐연구소도 설립했다. 중국 디지털화폐 정책의 기본 방향은 온라인에서 디지털화폐가 현재 화폐를 대체하도록 하되,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와 디지털화폐 총량을 분석해 디지털화폐 공급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선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민간사업자가 모바일결제 시장을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는 민간사업자의 전산 오류 등 사고를 대비하는 차원도 있다는 진단이다.

중국에 이어 주요국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지난달 스웨덴, 스위스,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여섯 곳의 중앙은행과 정보공유포럼을 창설했다.

‘달러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당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소극적이었으나 최근 다소 변화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세계의 모든 주요 중앙은행이 현재 디지털화폐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며 “여기에서 앞장서는 것이 Fed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미국이 CBDC 발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지만, 언젠가는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장은 최근 디지털화폐 활성화 방안과 관련 문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인 디지털달러재단을 설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우루과이와 바하마, 캄보디아 등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시범 운영 중이다. 스웨덴과 터키는 시범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별도로 전 세계 20억 명의 회원을 보유한 페이스북이 지난해 6월 가상화폐 ‘리브라’ 발행 계획을 내놓는 등 민간 부문의 가상화폐 논의도 활발하다. 페이스북은 각국 정부가 자금 세탁 등의 우려를 제기하자 리브라 발행을 중단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디지털화폐 주도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리브라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간 가상화폐와 관련해 므누신 장관은 이날 “가상화폐와 관련해 돈이 어디로 가는지, 자금 세탁에 쓰이지 않는지 사법당국이 볼 수 있도록 투명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