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손이앤에이는 지난해 순이익이 적자 전환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매출은 50% 감소하고 영업적자는 3년째 이어졌다. 이 같은 실적을 발표한 지 나흘째 되던 날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10일 19.3%, 11일 23.1% 오른 데 이어 12일과 13일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급등 전 1412억원이었던 이 회사 시가총액은 나흘 만에 3499억원으로 147.8% 불어났다.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효과 덕택이다. 바른손이앤에이는 기생충의 제작사다.
급등한 바른손이앤에이 주가를 두고 투자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과거 금융감독원의 불공정거래 모니터링 대상에 수차례 오르는 등 위험한 테마주라는 지적과 함께 향후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선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바른손이앤에이는 1985년 문구업체로 출발한 기업 바른손(옛 바른손팬시)의 지분 32.4%를 보유한 모회사다. 주요 사업은 게임과 영화다. 게임 관련 계열사로는 스튜디오8과 엔엑스게임즈, 엔투스튜디오, 이브이알스튜디오 등이 있다. 영화 관련 계열사로 영화사 버들, 시오필름, 임프린트 등을 거느리고 있다. 영화 기생충 투자사로 잘 알려진 벤처캐피털(VC)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도 관계가 있다. 이 VC는 2006년 문양권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버추얼텍, 금보개발과 함께 설립했다. 바른손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014년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바른손이앤에이는 지난해 매출 153억원, 영업적자 184억원, 순손실 248억원을 냈다. 2018년에 비해 매출은 147억원(49%), 영업적자는 46억원(20%) 줄었다. 순이익은 2018년 809억원에서 지난해 -24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출시한 게임의 흥행 부진 때문”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바른손이앤에이는 기생충 효과 덕분에 대중에 영화 투자사로 알려졌지만 사업 비중을 보면 게임 사업이 더 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기준 게임 사업이 46.3%, 영화 관련 사업은 32.4%였다.
이 회사의 실적에 큰 타격을 준 건 PC 다중접속역할수행(MMORPG) 게임 아스텔리아다. 서비스 시작 전만 해도 개발에만 수백억원을 쓴 기대작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해 1년 만인 지난달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아스텔리아를 포함해 바른손이앤에이가 지난해 3분기까지 PC 온라인 게임으로 국내에서 거둔 매출은 약 7억원에 그친다.
한편 바른손이앤에이의 주가가 치솟자 2017년 이 회사에 전환사채(CB)로 43억원을 투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는 13일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주당 전환가액은 1957원으로 이날 종가를 적용한 수익률은 153.2%다. CB 투자자들이 배정받는 신주 220만 주의 상장일은 오는 27일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