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확 오른 수·용·성…'규제지역'으로 묶인다

입력 2020-02-13 17:31
수정 2020-02-14 01:28
정부가 이르면 다음주 경기 남부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 중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풍선효과로 집값이 급등한 수원 권선구와 영통구 등이 유력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3일 “최근 경기 남부 지역의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규제지역 확대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월 둘째주(10일 기준) 수원 권선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2.54% 폭등했다. 영통구도 2.24% 급등했다. 수도권에서 2%대 주간 상승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폭등 지역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규제지역으로 묶겠다는 의미다.

이날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녹실회의(비공개회의)를 열어 최근 주택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급등 지역에 대한 추가 규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국토부는 이르면 다음주 대상 지역을 선정할 방침이다.

수원 권선·영통구 등이 추가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현재 수·용·성 지역 가운데 수원 팔달구와 광교지구, 용인 수지·기흥구, 성남 분당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선 담보인정비율(LTV)이 60%로 제한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50%까지만 허용된다. 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등 다양한 규제가 가해진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수원 아파트 역대 최대 '급등'…"갭투자자들은 이미 손 털고 떠났다"
'풍선효과' 심각한 수원 가보니

“한바탕 메뚜기 떼(투기세력)가 훑고 지나갔습니다. 너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해서인지 이젠 거래가 많지 않습니다.”(수원 권선구 호매실동 H공인 대표)

13일 둘러본 수원 권선구 금곡·호매실동 일대 중개업소들은 한산했다. 이번주 수도권 최초로 단 한 주 만에 2% 이상 폭등한 지역이다. 호매실동 M공인 대표는 “지금 사도 되는 타이밍이냐고 묻는 전화만 이어지고 있다”며 “먼저 진입한 가수요자들이 집값을 급등시켜 놓자 실수요자들이 뒤늦게 불안해하면서 매수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K공인 관계자는 “최근 매수자들의 70%는 실수요자”라며 “실수요자들이 먼저 진입한 투기세력의 매물을 받아주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곳 아파트값은 최근 한 달간 1억5000만원 이상 폭등했다. 이 지역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호반 베르디움더센트럴’과 ‘호반베르디움더퍼스트’ 호가가 1억5000만원 이상 뛰었다. 호반베르디움더센트럴 전용면적 111㎡는 이달 3일 6억77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실거래 매매가격은 5억~5억5000만원 선이었다. 지난달 15일 신분당선 호매실선 연장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소식이 전해진 게 기폭제가 됐다. 인근 L공인 대표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매수자들이 작년 11월부터 많이 유입됐다가 15일 전후로 팔고 나갔다”며 “이들은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울산 창원으로 간다고 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원 지역의 급등세가 정부가 서울 아파트에 규제를 집중하면서 나타난 ‘풍선효과’라고 입을 모았다. 구만수 국토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 대표는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발표는 불붙은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규제를 피해 수원 지역으로 투자자들이 몰린 상황에서 교통 호재가 나오자 매가를 높였고 이를 실수요자들이 받아주면서 가격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고가주택을 겨냥한 12·16 대책 두 달 만에 풍선효과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이번주(2월10일 기준) 수원시 권선구 아파트값은 2.54% 폭등했다. 영통구와 팔달구도 각각 2.24%와 2.15%씩 뛰며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용인시 수지구도 성복역 인근 단지와 풍덕천동 위주로 오르며 1.05% 급등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4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서울 전체 상승폭이 전주와 같은 0.01%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다.

수원 지역은 이미 한 달 전부터 1%대 급등세를 보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경고음이 켜진 지 오래인데 정부가 늑장 대응을 하면서 거품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과열 양상을 보인 수원·용인·성남 지역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조정대상지역에 포함시킬 것을 예고했다.

지방 광역시에서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방도시의 강남’으로 불리는 우수 학군지역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40여 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대전에선 우수 학군이 밀집한 서구(상승률 0.39%)가 초강세를 나타냈다. 덩달아 세종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지난주 0.35%에서 이번주 0.71%로 껑충 뛰었다. 학군이 뛰어나고 재개발 사업 기대도 높은 울산 남구의 아파트가격도 이번주 0.19% 올랐다.

최진석/수원=최다은/허란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