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사진)가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내구품질평가(VDS)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네시스는 2018년부터 JD파워 신차품질조사(IQS)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대를 잇는 ‘품질경영’이 결실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사 대상 포함 첫해 1위
현대차그룹은 JD파워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년 VDS’에서 제네시스가 32개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13일 발표했다. VDS는 차량을 구입한 지 3년이 지난 고객을 대상으로 177개 항목에 대한 내구품질 만족도를 조사한 뒤 100대당 불만 발생 건수를 수치화하는 방식으로 집계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불만이 적고, 품질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JD파워의 IQS와 VDS는 세계 최고 권위의 품질 조사로 꼽힌다. 이번 VDS는 2016년 7월~2017년 2월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을 대상으로 했다. 고급 브랜드 13개를 포함한 32개 브랜드의 222개 차종이 평가 대상이었다.
제네시스는 2016년 8월 미국 시장에 첫선을 보였고, 이번에 처음으로 VDS 대상에 포함됐다. 제네시스는 조사 대상이 된 첫해 전체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점수(89점)를 받으며 1위에 올랐다. 제네시스의 G80는 중형 프리미엄 차급 부문에서 최우수 품질상을 받았다.
2012년부터 8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켰던 렉서스는 100점을 받아 2위로 밀렸다. 제너럴모터스(GM) 뷰익이 103점으로 3위, 포르쉐가 104점으로 4위를 차지했다. 도요타(113점)와 폭스바겐(116점), 링컨(119점)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3위, 14위에 올랐다. 이용우 현대차 제네시스사업부장(부사장)은 “JD파워의 VDS 방식이 엄격해진 2015년 이후 가장 뛰어난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며 “제네시스가 IQS에 이어 VDS까지 석권하며 품질 측면에서 다른 브랜드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미국 시장 안착하나
제네시스는 2017년 JD파워 IQS 평가 대상에 포함되자마자 2위에 올랐다. 이듬해인 2018년과 지난해에는 1위를 차지했다. 오는 6월 발표되는 2020년 IQS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정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품질에 대한 집념이 맺은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에서 ‘싸구려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정 회장은 1999년 회장 취임 직후 ‘품질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품질총괄본부를 구성해 매달 품질 관련 회의를 열었다. 2011년에는 ‘품질 안정화’를 넘어 ‘품질 고급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의 IQS 순위는 극적으로 뛰어올랐다. 2013년 두 브랜드는 공동 10위에 그쳤지만 2015년 기아차가 2위, 현대차가 4위로 뛰었다. 2016년엔 기아차가 사상 처음 1위에 올랐다. 2018년과 지난해엔 현대차그룹 3대 브랜드(제네시스 포함)가 1~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고객 중심의 품질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품질을 끌어올려 신뢰받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정 회장이) 끊임없이 강조한 품질과 안전 같은 근원적 요소는 어떤 상황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태도로 완벽함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 발표가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많은 미국 소비자가 JD파워의 조사 결과를 구매 기준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는 전년보다 105% 급증한 2만1233대가 팔렸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