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문화를 바꾸고 활기찬 조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라면 누구나 할 법한 고민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서별 팀워크를 강조해야 하는가, 개개인의 개성을 북돋워야 하는가. 직원들의 의욕을 이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렇듯 CEO는 회사가 잘되면 잘되는 대로 걱정, 안되면 안되는 대로 현재에 대한 불안에 휩싸이는 자리다. 특히 사업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리더들에게 회사 안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현실적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일본 교세라 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사장의 그릇》은 그가 설립한 경영 아카데미 ‘세이와주쿠’에서 만난 차세대 경영자들과 2세대 중소기업을 이끄는 신진 경영자들이 겪는 고민과 문제들에 대한 충고와 직언을 담은 책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기업인으로 일본에서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그가 지난해 막을 내린 세이와주쿠에서 남긴 마지막 메시지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가 심혈을 기울인 핵심 주제는 바로 ‘사람을 키우는 경영’이다. 그는 이를 위해 네 가지를 주문한다. 조직을 활기차게 운영하고,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책임감 있는 간부를 육성하며, 경영자로서의 분명한 역할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나모리는 “성과주의만으로는 직원들의 의욕을 높이기 어렵다”며 “사장 스스로 조직 중심에 들어가 직원들을 제대로 관찰하고 파악하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불만을 표하는 직원들을 어떻게 다룰지, 나이 많은 간부들에게 어떻게 책임감을 심어줄지, 퇴사가 잦은 업무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 등이 보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느 누구보다 외롭고 무거운 사장의 자리를 감내하기 위한 ‘그릇’을 강조한다. 본인이 평생 실천한 ‘리더 10계명’을 꺼내들며 ‘사장의 그릇’에 가장 근본이 되는 초심을 일러준다. ‘사업의 목적과 의의를 명확히 하라’, ‘구체적 목표와 계획이 있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자기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 ‘개인의 이익 대신 직원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라’ 등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인간적으로 직원들로부터 마음을 먼저 얻어야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직 자체가 빠르게 시스템화돼 가고 있는 시대에서 결국 그가 말하는 경영의 핵심 문제는 ‘사람’, 즉 직원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을 활성화할 것인가다.
저자는 “중소기업은 자금, 설비, 기술 등 눈에 보이는 모든 요소들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거기 모여든 직원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직원들의 마음을 사장을 중심으로 결속시켜야 한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인 기업의 사명과 목적을 명확히 해 견실한 기업문화를 만들고 이를 직원의 가치관과 합치해 나가면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 행동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직원들이 ‘우리 사장은 참 훌륭해’라고 말할 정도로 사장이 그들을 홀리지 못하면 중소기업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