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中 최대 리스크는 공산당 독재

입력 2020-02-13 16:57
수정 2020-02-14 00:14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신규 확진자는 지난 12일 하루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고 사망자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발병이 보고된 지 한 달 반 만에 확진 환자는 6만 명에 육박했다. 춘제(중국 설) 연휴가 끝나고 10일부터 기업들의 업무와 주민의 일상생활이 일부 재개되면서 향후 2주가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한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물론 세계 곳곳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자 중국 정부에 대한 비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발병 초기 사실을 감추고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지난해 12월 8일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올 1월 20일이 돼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날 시진핑 국가주석이 “우한의 질병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한마디 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우한시중심병원 의사 리원량을 비롯해 전염병을 경고한 의사들은 경찰에 끌려가 반성문을 써야 했다.

위만 쳐다보는 관료주의 팽배

중국 관료사회는 중앙정부, 특히 공산당 지도부의 명령이 없으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관료들은 큰 사건이 터져도 항상 위만 바라보며 사태를 덮고 축소하는 데 열중한다. 우한시 정부는 지난달 19일까지만 해도 “확실하게 통제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단언했다. 이런 행태는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가 공고화한 이후 더욱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주석이 이달 5일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방제에 나설 것을 지시한 뒤에야 중국 정부는 비상근무와 전수 조사, 관할 책임제 등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전시태세에 들어갔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최근 중국 국민의 분노는 시 주석으로 향하고 있다. 일부 지식인은 시 주석의 퇴진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공산당 지도부는 시 주석 지키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검열당국은 우한 지도부를 향한 비판은 허용하면서도 공산당과 시 주석을 겨냥한 SNS와 여론은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100명에 육박한 지난 10일에서야 처음으로 베이징의 방역 현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발병지인 우한을 비롯해 피해가 심각한 후베이성은 한 번도 찾지 않고 있다.

진짜 '회색 코뿔소'는 외면

미·중 무역전쟁으로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 경제는 이번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의 성장률은 6.1%에 그쳐 1990년(3.9%) 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수렁에 빠져 올해 1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2~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1분기 성장률이 0%에 머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시장에선 향후 중국 경제를 위협할 3대 ‘회색 코뿔소’로 기업 부채와 그림자 금융, 부동산 거품을 꼽고 있다. 회색 코뿔소는 뻔히 보이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위험을 말한다. 시 주석은 지난해부터 회의 때마다 회색 코뿔소를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작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회색 코뿔소는 ‘시진핑 1인 지배체제’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도 공산당과 시 주석이 자초한 것이라며 “국민과 언론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종종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일을 키운다”고 비판한다. 중국 공산당과 시 주석만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다.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