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르자 자유한국당이 적극적인 '봉준호' 마케팅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봉 감독은 과거 보수정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었다.
봉 감독 고향인 대구 지역구 곽상도 한국당 의원(대구 중·남구)은 11일 "봉 감독은 한국의 자랑"이라며 "남구 미군부대 부지를 활용해 대구 대표 도서관 건립을 추진 중인데, 이 건물 4층에 영화와 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강효상 의원(비례·달서병 당협위원장)은 달서구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짓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봉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영화를 대구의 아이콘으로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한국당 예비후보들의 봉 감독 관련 공약 발표도 잇따랐다. 한국당 배영식 대구 중·남구 예비후보는 남구에 '봉준호 영화거리·동상 조성', '봉준호 생가터 복원'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같은 당 장원용 중·남구 예비후보는 대명동에 '봉준호 기념관'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1969년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태어난 봉 감독은 대명동에 살다 1978년 서울로 이사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의 보수, 절망적"이라며 "봉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CJ 이미경 부회장은 자리에서 끌어내려 미국으로 망명보냈던 분들이 이제 와서 봉 감독의 쾌거에 숟가락을 올려놓으려 하다니, 얼굴도 참 두텁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그 방식이 생가복원, 정확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던 방식"이라며 "행여 이 소식이 외신에 보도되면 문화강국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