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의 전기차 전문 기업 카누(Canoo)와 협력해 스케이트보드 설계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공동 개발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11일(현지시각) 미국 LA에 위치한 카누 본사에서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위해 카누와 상호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카누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최적화된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개발을 위한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소형 승용 전기차와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카누는 모터, 배터리 등 전기차의 핵심 부품을 표준화된 모듈 형태로 장착하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분야에 특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구동 모터 등을 표준화된 모듈 형태로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플랫폼에 탑재하고, 그 위에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상부 차체를 올릴 수 있는 구조를 일컫는다.
카누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구조의 차체 상부를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플랫폼 길이도 자유자재로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카누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전기차 개발 공정을 단순화하고 표준화하게 된다. 전기차 개발 시간 단축은 물론 가격 인하도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영국 상용 전기차 전문 개발업체 어라이벌에 약 1300억원을 투자하고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활용해 도심형 밴, 소형 버스 등 상용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기로 한 바 있다. 향후 승용 전기차는 카누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상용 전기차는 어라이벌과 협업하는 이원화 전략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이번 협력으로 현대·기아차의 전동화 전략은 한층 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5 전략’에 따라 차량 전동화 분야에 향후 6년 간 9.7조를 투자할 계획이며, 기아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풀 라인업을 갖추고 판매가 본격화되는 2026년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 50만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최근 개발 계획을 밝힌 전기차 기반 PBV 역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을 적용, 차량 용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다양한 모델을 개발할 여건을 갖추게 됐다. 현대차는 올해 초 CES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솔루션 중 하나로 PBV를 제시했으며, 기아차도 지난달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공유 서비스 업체와 물류 업체 등에 공급할 PBV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카누와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및 대량 양산에 최적화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플랫폼 콘셉트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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