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사외이사 구인난·외부감사 지체·기관 주주활동까지…'3중苦'에 고통받는 상장사들

입력 2020-02-12 17:19
수정 2020-02-13 00:38
▶마켓인사이트 2월 12일 오후 2시6분

상장사들이 오는 3월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관련 법 개정에 따른 사외이사 구인난과 외부감사 지연에 이어 기관투자가의 입김도 거세지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올해 실적 전망마저 꺾이고 있어 상장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경영계에 따르면 상당수 상장 기업이 올해 정기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물색과 영입에 애로를 겪고 있다. 지난달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 정기 주총에서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18명이다. 새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기업도 566개다. 특히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의 80% 이상이 중소·중견 기업에 치중돼 있다.

상장사들은 업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를 갖추고 상장사 계열사에서 퇴직한 지 3년이 넘어야 하는 등 따져볼 것이 많아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군을 찾는 게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직 적절한 사외이사 후보군을 정하지 못한 채 검토만 하고 있다”며 “검증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정기 주총 일정도 자꾸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정기 주총부터는 신(新)외부감사법(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내부회계제도에 대해 기존 ‘검토’보다 훨씬 깐깐한 ‘감사’를 받고 감사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올해 주총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11곳, 코스닥시장 상장사 3곳이 대상이 된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재무제표는 물론 내부회계제도까지 대기업 위주로 감사 업무를 마무리하고 있다”며 “그 여파로 우리 같은 중견기업도 정기 주총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넥센타이어가 작년까지 20년간 지켜온 ‘정기 주총 1호 상장사’ 타이틀을 올해 처음 내주게 된 것도 외부감사 업무가 지체돼서다.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확산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주주 활동 보폭을 넓히면서 고충을 호소하는 상장사도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근거로 기관들이 배당 성향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 관련 요구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 해외 설비 투자 확대 등 민감한 경영 사안에도 개입하려 한다는 게 상장사들의 얘기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최근 넥센에 M&A를 포함해 과감한 신성장동력 투자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유리자산운용은 대상에 국내 설비투자를 줄이고 해외 설비투자를 확대하라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7일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 등 56개 회사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른바 ‘요주의 기업’을 공개한 것이다.

또 다른 중견기업 관계자는 “공개 주주서한 형식으로 기관들이 의견을 밝히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