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사태 이어 신규예약도 급감…'개점휴업' 여행업계 줄도산 공포

입력 2020-02-11 17:22
수정 2020-02-12 09:40
‘한한령(限韓令), 재팬 보이콧, 홍콩시위에 신종 코로나까지….’

여행업계가 벼랑 끝에 섰다. 연타석 악재가 몰아친 데 이어 숨돌릴 틈도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까지 덮쳤다. 대규모 예약 취소·환불 사태가 중국에 이어 동남아시아, 유럽, 미주 여행 상품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신규 예약은 물론 근근이 유지되던 국내 여행까지 실종 사태다. 업계에선 “다음 수순은 파산”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의 중국 여행 취소는 100%에 달한다. 매출 비중이 60%가 넘는 동남아 여행은 물론 유럽, 미주 여행까지 반 토막 밑으로 떨어졌다. 국내 12개 주요 여행사에선 최근 10여 일간 아웃바운드(해외여행)와 인바운드(방한 외국인 여행) 취소가 각각 6만1850명, 1만8770명으로 나타났다. 피해 금액이 각각 299억원, 65억원에 달했다. JTB롯데관광 관계자는 “신규 예약이 작년의 10분의 1까지 떨어졌다”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겪지 못했던 신종 코로나발(發) 줄도산 공포가 업계 전체로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 고강도 자구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레드캡투어와 자유투어 등은 실적 부진이 심각한 패키지여행 부문 조직을 축소하고, 3~6개월치 월급을 한 번에 주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레드캡투어 관계자는 “그동안 실적 악화가 누적된 탓에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나투어는 이달부터 근무 시간을 줄이는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과 안식년 신청 대상을 2500여 명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 하나투어는 2018년부터 예산 400억원을 들여 이달 17일 시작하려고 한 차세대 플랫폼 사업 연기도 검토하고 있다.

모두투어도 본사 직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근무 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1주일에 3~4일만 근무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하루 근무 시간을 6~7시간(기본 8시간)까지 줄이는 제도다. 온라인과 KRT여행사는 중국팀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필요 인력만 남기고 2월 한 달 동안 무급휴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자구노력이 빛을 볼지는 미지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업계가 이미 기진맥진해진 상황”이라며 “생존을 위해 급한 대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이선우 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