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8과 9를 좋아하는 중국인

입력 2020-02-11 18:02
수정 2020-02-12 00:03
경제를 알려면 숫자를 알아야 하고, 숫자를 보면 경제가 보인다. 중국 경제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인은 아라비아 숫자 중에서 특별히 8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특히 재물에 대한 애착이 큰 것이 가장 설득력 있다.

우리는 설날이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한다. 중국인은 ‘재물을 많이 쌓으세요’라고 인사한다.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 있는 날에 재물에 대한 열망을 담아 인사하는 것을 보면 중국인은 물질적인 부의 축적을 매우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물을 쌓는다’를 중국어로 표현하면 ‘파차이(發財)’가 된다. 그리고 숫자 8을 중국어로 발음하면 ‘바(八)’가 된다. ‘파(發)’와 ‘바(八)’가 비슷하게 발음되기 때문에 8을 발음할 때 ‘파차이’가 연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비즈니스에서는 다른 숫자들보다 상대적으로 8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특히 상품 가격을 정할 때 감성 마케팅 측면에서 숫자 8을 많이 활용한다. 예전에 외국에서 유학할 때 중국인 집에서 설날을 보낸 적이 있는데, 이때 설날 세뱃돈으로 800위안을 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동차 번호판에서 8이 연속으로 나열되는 경우 경매시장에서 고가에 낙찰된다는 뉴스도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중국이 2008년에 올림픽을 개최하고자 했던 열망도 숫자 8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베이징올림픽은 8월 8일 개막됐다.

중국인들은 숫자 9에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9를 아라비아 숫자 중에서 가장 큰 숫자로 인식하고 있어서다. 9의 발음은 ‘주(九)’인데 이 발음은 ‘오래되다’란 글자의 발음과 같다. 따라서 9는 오랫동안 발전하고 장수하고 잘산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8과 9의 매력은 가격을 결정할 때 잘 나타난다. 애플 아이폰11의 가격을 검색해 보면 중국에서 5499위안으로 책정돼 있다. 5500위안이면 계산도 편리하고 정보도 쉽게 전달될 텐데, 왜 5499위안으로 가격을 정했을까. 9에 대한 감성 마케팅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삼성의 갤럭시노트10도 중국 시장에서 가격이 6599위안으로 책정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2009년부터 10년간 무역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낸 국가가 중국이다. 지난해 홍콩에 이어 두 번째 무역 흑자 국가가 됐지만 중국은 여전히 기회가 많은 시장임에 틀림없다.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국인의 재미있는 특성을 이해한다면 무역액과 무역 흑자는 물론, 개인적인 비즈니스에서도 기회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