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와 접촉한 뒤 잠복기인 14일을 넘겨 확진된 환자 사례가 나왔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다른 치료를 받으며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를 복용해 잠복기 이전에 발병했지만 증상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0일 밤 신종 코로나 환자가 한 명 추가돼 전체 환자가 28명으로 늘었다고 11일 발표했다. 28번 환자(30·여)는 3번 환자(54·남)와 함께 지난달 20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이다. 두 환자 모두 경기 고양 명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28번 환자는 지난달 22일과 24일 서울 강남의 글로비성형외과에서 진료받을 때 지인인 3번 환자와 동행했다. 3번 환자는 강남 호텔뉴브, 서울 한강, 강남 한일관 등을 들렀다. 28번 환자는 대부분의 동선을 3번 환자와 함께했다고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28번 환자가 중국에서 감염된 뒤 한국으로 입국했는지, 국내 다른 환자와 접촉한 뒤 감염됐는지 등은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보건당국은 3번 환자와 접촉한 뒤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번 환자와 함께 식사한 뒤 감염된 6번 환자(55·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3번 환자와 28번 환자가 마지막으로 접촉한 곳은 지난달 25일 경기 일산의 3번 환자 모친 자택이다. 3번 환자가 지난달 25일 입원한 뒤 28번 환자는 이곳에 자가격리됐다. 정부의 잠복기 기준대로라면 지난 8일 격리해제돼야 했지만 재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격리 기간이 연장됐다. 10일 검사에서 양성 기준을 넘겼다. 함께 격리됐던 3번 환자의 모친은 음성이었다.
환자가 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검사 결과만 양성(무증상 감염)이 나온 데다 잠복기를 넘겨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정부의 접촉자 관리기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다른 처치를 받은 뒤 지난달 21~28일 항생제와 진통소염제를 복용해 발열 근육통 등 경미한 증상이 있더라도 약 때문에 증상이 숨겨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문가 의견을 받겠다”고 했다.
이날 중국에서는 잠복기 24일을 넘겨 증상이 시작된 환자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됐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의 잠복기가 10일을 넘기는 일은 드물다”며 “있더라도 예외적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보건당국은 12일부터 홍콩·마카오 지역도 중국과 함께 신종 코로나 오염지역으로 분류해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기준 검사 중인 의심환자는 762명이다. 환자와 접촉한 뒤 자가 격리한 사람은 795명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