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과의 호흡이 너무 힘들어요. 계단도 많이 나오고 반지하에 살고 비도 맞아야 됩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감독상·국제장편영화상·각본상 등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정은, 장혜진, 박소담, 이선균, 최우식, 박명훈 . 등 ‘기생충’의 주역들은 이날 시상식 직후 미국 LA웨스트할리우드호텔에서 국내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소감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I’m ready to drink until next morning(내일 아침까지 마실 준비가 됐습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막바지 오스카에 이르니까 수상 소감 밑천이 다 바닥나서 술 얘기까지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재치있게 말했다.
그는 "작품상 때는 멘트하지 않으려 뒤로 빠져있었다"면서 "술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한 달간 미국에 있으면서 흔히 이분들이 말하는 ‘어워드 시즌’에 너무나 많은 시상식이 있고, 스피치를 20~30개 한 것 같다. 막바지 오스카에 이르니까 수상 소감 밑천이 다 바닥났다"고 전했다.
이어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객석에 영화인 많고 복잡한데, 스콜세이지 감독이랑 눈이 딱 마주쳤다"면서 "사실 스콜세이지 감독 워낙 존경했었고, 대학 영화동아리 하고 영화 배울 때 그분 영화 반복해서 보고 그분 책도 사서 봤는데 같이 노미네이트 된 것 자체가 흥분 영광이었다. 그분을 먼발치에 앉혀놓고 제가 올라가서 상 받는다는 게 더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감격해 했다.
배우 송강호는 봉 감독과 5번째 호흡을 맞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5번째는 제가 확신을 못하겠다. 너무 힘들다. 계단도 많이 나오고 반지하에 살고 비도 맞아야 된다. 다음에는 박사장 역이면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송강호와 봉 감독은 지난 2003년 '살인의 추억'에 처음 출연하며 호흡을 맞췄다. 이후 송강호는 영화 괴물과 설국열차에 이어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17년간 봉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봉준호의 페르소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봉 감독은 2000년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선보이며 데뷔했다. 이 영화는 공무원 아내를 둔, 백수나 다름없는 시간강사 윤주(이성재)가 옆집 강아지 한 마리를 아파트 지하실에 감금해 '강아지 연쇄 실종사건'에 휘말리면서 시작된다. 언뜻 코미디 영화로 보이지만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된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블랙코미디로 이어진다. 흥행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해학이 담긴 사회풍자로 눈길을 끌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