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눈물' 삼킨 프랑스 PSA, 전기차로 한국 재도전

입력 2020-02-11 14:31
수정 2020-02-11 14:33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 PSA그룹이 전기차를 통해 한국 시장 재공략에 나선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푸조, 시트로엥, DS 브랜드를 보유한 PSA그룹이 올해 국내 시장에 전기차 3종을 선보인다. 모든 라인업에 전기차를 추가하는 작업에도 들어갔다. 일부 제조사들이 전기차 전용 라인업을 만드는 것과 달리 기존 차량들에 전기차 버전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PSA는 올해 전기차로 뉴 푸조 e-2008 SUV를 비롯해 뉴 푸조 e-208, DS 3 크로스백 E-텐스를 출시한다. 푸조 iOn, 시트로엥 C 제로, 시트로엥 e-메하리, 푸조 파트너, 시트로엥 베를링고 등에 전기차를 순차적으로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최고 300마력을 발휘하는 고성능 DS7 크로스백 E-텐스 출시도 계획됐다.

이에 따라 PSA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도 뉴 푸조 e-2008 SUV, 뉴 푸조 e-208, DS 3 크로스백 E-텐스를 앞세워 전기차 2.0 시대를 선언했다. 2020년을 전동화 시대 원년으로 삼고 전기차 전담팀을 신설하는가 하면 전국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내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해 성공적인 전기차 시대 진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푸조·시트로엥·DS가 전기차 전환에 나선 것은 기존 주력으로 활약하던 디젤차가 2015년 디젤게이트 사건이 터진 뒤 도매금으로 매도된 탓이다. 디젤게이트로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이 발각된 이후 닛산,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제조사들도 같은 혐의를 받으며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연비가 높은 '클린디젤'은 사기극으로 취급됐다.

PSA그룹 산하 브랜드들은 배출가스 조작에 연루되지 않았던 탓에 기존 디젤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소비자들은 디젤차를 대신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눈길을 돌렸고 세계 각국은 클린디젤 정책을 폐기했다. 디젤차 자체를 퇴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만들어진 것.

국내에서도 디젤차 선호 현상이 사라지며 2015년 2008 SUV 인기에 힘입어 7000대 판매고를 올렸던 푸조의 성적표는 지난해 3505대로 추락했다. 시트로엥 역시 지난해 판매량은 962대에 그쳐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한불모터스를 통해 지난해에만 11종의 신차를 선보였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한 셈이다.


PSA그룹은 전기차를 통해 국내 시장 공략 재도전에 나선다. 오는 2분기 선보이는 뉴 푸조 e-2008 SUV는 50 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최고 출력 100 KW, 최대 토크 260 Nm의 성능을 발휘한다. 완충 시 주행거리는 WLTP 기준 310km다. 디젤엔진을 탑재한 모델도 함께 출시된다.

3분기에는 소형 해치백 전기차 모델 ‘뉴 푸조 e-208’을 출시한다. 차세대 플랫폼인 CMP를 적용하고, 50 kWh 배터리를 탑재해 WLTP 기준 주행거리를 340km까지 늘렸다. 뉴 푸조 e-208은 ‘2020 유럽 올해의 차’ 최종 7개 후보로도 오르며 상품성을 입증했다. 지난해 출시된 소형 SUV DS 3 크로스백의 전기차 모델도 하반기 추가된다.

동시에 한불모터스의 서비스 인프라도 개선된다. 한불모터스는 1분기 평택 서비스센터를 신규 개설해 경기 남부권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전국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리뉴얼 작업도 올해 완료된다. PSA 글로벌 기준의 서비스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세일즈 및 서비스 어드바이저, 전시장, 서비스센터 등에 대해 고객이 평점을 메기면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제도다.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겼다.

송승철 한불모터스 대표이사는 "올해 전기차 2.0 시대를 개막하고 강화된 SUV 라인업을 내세워 전년 대비 약 23% 성장한 5500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며 "높아진 소비자의 선택 기준에 맞는 전기차를 선보이는 동시에 서비스 품질에 아낌없이 투자해 고객이 감동하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