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15총선을 2개월여 앞두고 공무원과 외곽단체의 불법 선거개입을 중점 단속 대상으로 삼고, 관련 수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금품수수·흑색선전·여론조작 등을 3대 선거사범으로 단속하던 검찰이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중점 단속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이번 총선 수사 방향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검찰청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총선에 대비한 3대 중점 단속 대상으로 △금품수수 △여론조작 △공무원과 단체의 불법적인 개입 등을 정하고 “국민의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에 대해 엄정 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한 ‘외곽단체’를 설립하는 행위 등도 집중 단속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검찰은 선거 수사에서 사건 발생이 많은 순서대로 흑색선전, 금품, 여론조작 등을 중점 단속 대상으로 삼았지만 이번에는 흑색선전을 여론조작 범주에 넣고 대신 ‘공무원 선거개입’을 추가했다.
법조계에선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벌어진 청와대, 경찰, 시청 관계자들의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민적 진상규명 여론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공안통’ 검사 출신인 이상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과거 선거사건에서 공무원이 개입한 사건 비중은 1~2% 수준으로 높지 않았다”며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영향으로 검찰이 중점 단속 대상을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검찰에게 정치적 중립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며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선거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정치 영역에 있어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우리 헌법 체계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총선 관련 수사 대응 방침을 전하면서도 ‘청와대 선거 개입’ 수사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이 청와대를 타깃으로 한 수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얘기다.
윤 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경찰에 사건을 넘기지 말고, 검찰이 가급적 직접 수사해서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 역량을 보여줘야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개정된 수사권 조정법안이 시행되기 전이어서 경찰 수사를 검찰이 꼼꼼히 지휘해 선거 수사의 공정성을 높여가야한다는 취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