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이슈 프리즘] 한국은 중국에 어떤 존재인가

입력 2020-02-10 18:05
수정 2020-02-11 00:23
“한국은 실질적으로 중국의 일부이곤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 역사적 관계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정상회담 며칠 뒤 트럼프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과 한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

즉각 파문이 일었다. 시 주석이 일방적인 중화주의 역사관을 안하무인격으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거셌다. 조공을 바친 아픈 역사가 있지만 고대로부터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 아니라 독립국 지위를 유지했다는 게 사실(史實)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국민 여론이 들끓자 사실관계 확인을 중국에 요청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었다는 얘기는 없었다. 그리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잊혀갔다. 속국으로 대접하려는 중국의 속마음을 여과 없이 맞닥뜨리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다.

점점 더 위압적인 이웃,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는 수면 아래에 있던 이 같은 한·중 관계의 트라우마를 다시 끄집어냈다. 최근 중국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에 불쾌함을 느끼는 국민이 크게 늘었다. 대북 정책 차원이든 다른 이유에서건 중국 외교에서 저(低)자세로 일관해온 한국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이도 많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우한 폐렴을 대처하는 과정에서조차 정부가 과도하게 중국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국인 관광비자 발급과 관련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지난 2일 중국인 관광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가 두 시간 뒤 ‘중단 검토’로 말을 바꿨다. 덜컥 발표했다가 뒤집었다면 무능과 무책임을 내보인 것이고, 중국의 항의 때문이라면 국가 존엄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다. 전세기를 동원한 우한 교민 수송을 놓고 오락가락한 것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보복 조치로 큰 재미를 봤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 미사일 방어체계에 불참하며, 한·미·일 군사동맹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不) 약속’을 해줬다. 안보 주도권을 내줬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얻은 것은 별로 없었다. 중국의 한국 단체여행 금지와 대중문화 규제조치(限韓令·한한령)의 전면 해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목매는 모습이다.

정치도 경제도 '中쏠림' 안돼

정부만 우한 폐렴 탓에 낭패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글로벌 공급망 사슬(GVC)로 엮여 있는 우리 기업들도 지금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산 부품 조달이 안 되면서 공장을 멈춰 세워야 했다. 고부가 부품이 아니라 한국 부품사가 중국 공장에서 만들던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라는 노동집약적 값싼 배선 뭉치가 문제였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산 수입 비중이 87%나 됐고, 이게 부메랑이 돼 한국 자동차산업을 강타했다.

분명한 것은 기업들은 교정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지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전략을 수정할 게 분명하다. 비용 효율성과 리스크 분산을 함께 고민한 뒤 대안을 찾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친중 정책’이다. 중국의 구심력에 빨려들어가고만 있다. 주권국으로서 가져야 할 제동 장치는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중국에 어떤 대접을 받는 나라가 될 것인가를 돌아봤으면 한다.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