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출신도 아니면서 뭘 안다고!”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다.
이 드라마에서는 선수 출신을 칭하는 ‘선출’과 비(非)선수를 칭하는 ‘비출’ 간의 끊임없는 갈등과 이 갈등을 해결하며 강팀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현대 야구는 선수들로만 하는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기는 팀이 되기 위해서는 선수, 감독, 코치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뒤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전력분석담당, 트레이너, 스카우터 그리고 단장까지 모두가 팀워크를 이뤄야 한다. 한 시즌 반짝하는 팀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강팀이 되려면 선수, 코치, 프런트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치사율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월 말을 기준으로 중국 우한지역에서는 치사율이 10%를 넘는 데 비해 타 지역은 2%를 밑돈다. 이런 차이는 나라별로 감염병 치사율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한데,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로 우한지역은 발병 환자가 의료 시스템으로 대응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아 사망률이 10배나 높아진 것이라고 해석한다. 바이러스 자체보다 의료 지원 부족으로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많은 해외 언론이 이를 의료 시스템 붕괴 또는 인재로 인한 사망이라고 해석하는 이유다.
우한지역 언론도 중국 정부의 대응 방식을 비난하고 있다. 초기에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고, 특정 기관이 지휘권과 권한을 쥐고 있다 보니 대응력에 한계가 있었다. 재난 대응은 정부, 민간의 협력이 관건이다. 전염병과 같은 의료 관련 재난일지라도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와 협업이 필요하다. 사람의 병을 고치는 것은 의사 몫이지만 전염병을 막고 통제하는 것은 의사들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위생 연구팀의 아담 쿠차르스키 박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예측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 기반 연구 결과를 지난주 발표했다. 그는 수학자로서 전염병의 초기 속도와 확산을 연구한다. 해외 의학 전문 저널에서는 전염병의 확산을 연구하는 수학자와 컴퓨터공학자,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 산업공학과에는 ‘헬스 시스템(health system)’ 석사과정이 있다. 데이터와 과학적인 방식을 활용해 의료 상황의 의사결정과 운영을 연구하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재난 발생 시 병원의 병상과 의료진이 얼마나 필요한지, 의료진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전염병이 돌 때 어떻게 과학적으로 방역해야 할지 등을 연구하고 배운다.
이런 전문가들은 전염병 또는 재난 사고 발생 시 의사들과 팀을 이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위기에 대처한다. 특히 현대 디지털 사회에서는 다양한 정보기술(IT)과 고도의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객관적이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조기 진압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정보 독점이 지목됐는데, 이후 민간·정부 및 기타 다양한 전문가 집단과 조직 간의 협력 네트워크 부재가 더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예를 들어 사태 초기에 이미 확보한 보호복과 장비가 있었음에도 일선 병원에 제때 공급하지 못해 신속한 방역 인프라 구축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고 판단하는 공급사슬망 구축의 실패였다. 기업에서 기본적인 공급사슬망 체계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실수가 도처에 있었다. 이런 이유로 ‘메르스 백서’에서는 특정 전문가 집단만의 독점적 권한으로 발생한 인재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전염병 그 자체는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지만, 대량의 복합재난으로 사태가 커지는 길목에는 늘 사람의 오판이 존재했다. 선수들만 하는 야구는 아마추어 야구다. 프로는 선출과 비출의 협업인 시스템과 네트워크로 이뤄진다. 우한 폐렴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정부와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열린 마음으로 복합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번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