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에도 펀드 봇물…키워드는 '주식형·TDF'

입력 2020-02-10 15:50
수정 2020-02-11 02:4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등 예기치 못한 변수로 주식시장이 조정받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펀드 신상품 출시는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새해 들어 한 달 남짓한 기간 새로 출시된 펀드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증가하는 등 운용사 간 고객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펀드보다는 해외펀드가, 채권형보다는 주식형 펀드가 늘었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40조원으로 커진 만큼 연령대별로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도 줄지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초 펀드 트렌드를 ‘주식형’과 ‘TDF’로 꼽았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6일까지 41개 운용사에서 386개의 새로운 공모펀드를 내놨다. 작년 같은 기간(243개)보다 58.8% 늘어났다. 유형별로는 주가연계증권(ELS)을 담는 주가연계펀드(ELF)가 139개로 가장 많았지만 비중은 줄어들었다. 작년 초 출시된 펀드의 42.4%를 차지했던 ELF는 올해 36.0%로 축소됐다. 대신 해외, TDF 관련 상품이 줄지어 출시되며 고객 수요를 맞추고 있다.


주식형 늘고 채권형 줄고

채권형보다는 주식형이 강세다. 작년 채권형 상품은 전체의 14.8%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13.7%로 소폭 감소했다. 대신 주식형 상품 비중은 21.0%에서 32.1%로 크게 증가했다. 국내 주식형보다 해외 주식형 출시가 줄을 이었다.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40개의 글로벌 주식 펀드가 출시됐다. 주로 우량기업을 담은 게 특징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픽테프리미엄브랜드’ 펀드는 나이키(스포츠)·로레알(뷰티) 등 분야별 핵심 기업을 편입한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는 페이스북·에르메스 등 경기 변동에 타격을 받지 않는 초대형 기업에 투자한다. 유경PSG자산운용의 ‘유경플레인바닐라글로벌자산배분’ 펀드는 기술부문과 헬스케어 부문에서 성장주에 집중 투자한다.

신흥국 펀드에도 관심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회복과 미·중 무역협상 타결의 혜택이 신흥국에 집중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올 상반기까지는 신흥국 중심으로 주식형 펀드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저금리 기조가 유지돼 투자등급 회사채가 꾸준히 인기를 끌어 채권형 펀드에도 자산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TDF시장은 퇴직연금을 잡기 위한 운용사들의 격전지가 됐다. 2016년 말 600억원에 불과했던 TDF시장이 올초 3년 만에 설정액 3조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자동 주식 투자제도)을 도입하면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보악사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7개 운용사는 혼합형으로 유형을 달리해 후속작을 내놨다. 연초에만 41개 펀드가 출시되며 전체 펀드의 10.6%를 차지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해외펀드, TDF와 더불어 안정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인컴형 펀드와 멀티에셋 펀드가 투자자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했다.

올해도 출시 이어지는 소부장펀드

지난해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펀드도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10일 ‘NH아문디필승코리아’에 이은 ‘NH아문디필승코리아30’을 내놨다. 소부장 주식을 30% 편입하고 나머지는 국공채나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성장금융 주도로 출시된 신한금융투자의 ‘신한BNPP소재부품장비사모재간접공모펀드’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소부장코리아혼합자산펀드’,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골든브릿지레인보우중소성장기업펀드’도 이달 3일 설정돼 운용을 시작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