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황 돌파' 기업 구조조정마저 족쇄가 채워져선 안 된다

입력 2020-02-10 18:09
수정 2020-02-11 00:16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최근 ‘구조조정 대응 매뉴얼’을 전국 산하조직에 배포하고 있다. 임금 조정(임금 반납·삭감),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 기업 구조조정 단계별로 노조 집행부와 근로자들의 대응 지침을 담은 책자다.

한국노총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이런 매뉴얼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산업 현장의 구조조정 바람이 심각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노동계 우려처럼 조선,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주요 제조업 불황으로 촉발된 기업 구조조정은 금융, 항공, 보험업 등 전 업종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까지 겹치면서 상당수 기업은 생사기로에 놓여 있다.

구조조정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 과정이자 생존을 위한 최후의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에선 기업들이 선제적이거나 적시(適時) 구조조정에 나서기가 어렵다. 성동조선해양 사례 등에서 드러났듯이 정부와 정치권의 간섭·개입으로 구조조정이 무산되거나 지연되기 일쑤다.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벌이는 ‘전투적 노조’와 노조 편향적인 노동법 등 법적·관행적 걸림돌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매뉴얼 지침대로 업종·지역별 연대 투쟁과 ‘정리해고 불가’ 조항을 단체협약에 관철시키는 등의 행동으로 정상적인 구조조정마저 막아선다면 기업 회생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국가 경쟁력 순위’가 보여주듯 고용·해고 유연성(102위), 노사협력(130위) 등에서 세계 최하위권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후진적 노동시장을 낳고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에 시급한 일은 기업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자면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글로벌 흐름에 맞게 노조에 기울어진 노동법과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