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부터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운영체제가 다양해진다.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윈도뿐 아니라 개방형 운영체제(OS)도 허용된다. 개방형 OS를 만드는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존재감이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2026년까지 탈 ‘윈도’
정부가 본격적으로 ‘탈(脫) 윈도’ 전략을 시작한다. 행정안전부는 이달부터 개방형 OS 도입 전략을 수립하고, 10월부터 일부 인터넷 PC에 개방형 OS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지난해 5월 행정·공공기관 업무용 PC에 개방형 OS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지 약 8개월 만이다.
개방형 OS는 오픈 소스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개방형’이란 표현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MS 윈도와 달리 소스프로그램이 공개돼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구름 OS, 티맥스 OS, 하모니카 OS 등이 대표적이다.
개방형 OS는 하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인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해 도입된다. 지금까지 공공기관들은 지정된 PC로만 인터넷에 접속해야 했다. 보안에 대한 우려 탓이었다.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가 도입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데이터센터를 거친 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가상 환경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서비스형 데스크톱(DaaS)으로 불린다.
민간 클라우드와 개방형 OS의 도입으로 중앙부처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인터넷 전용 PC와 행정 업무용 PC를 분리할 필요가 없어서다. 지금까지는 공무원 한 명이 PC 두 대를 써 왔다.
정부는 행정·공공기관에 단계적으로 개방형 OS를 확산할 방침이다. 5년으로 지정된 PC 내구 연한이 끝나는 2026년부터는 대부분의 공무원이 개방형 OS를 사용하게 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 대한 종속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향후 프로그램 구매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구름·티맥스·하모니카 각축전
국내 SW 업체들은 공공 시장에 자사 OS를 공급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한글과컴퓨터그룹,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구름 OS’를 밀고 있다. 오피스, 보안 등 핵심 프로그램의 호환에 문제가 없도록 지난해 11월 안랩, 휴네시온 등 업체와 ‘한컴구름협의체’도 구성했다. 한컴그룹 관계자는 “구름 OS는 처음부터 공공 업무에 맞춰 설계된 OS”라고 설명했다.
티맥스에이앤씨(옛 티맥스오에스)는 오픈소스 버전 ‘티맥스 OS OE’로 공공 시장에 참여한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우정사업본부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국내 주요 제조기업과 금융 고객사 등이 티맥스 OS를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티맥스에이앤씨 관계자는 “국산 개방형 OS를 공급하는 업체들에 기회가 찾아왔다”며 “티맥스 OS는 윈도와의 완벽한 호환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지원으로 개발된 인베슘의 ‘하모니카 OS’는 201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누적된 경험 면에서 다른 사업자들보다 한 수 위라는 게 인베슘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방부, 국민건강관리공단, 민간기업 등에 하모니카 OS를 시범 공급해 다수 이용자를 확보한 상태”라고 했다.
업계에선 개방형 OS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OS와 오피스를 합치면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시장”이라며 “다만 개방형 OS의 고질적인 문제인 윈도와의 호환성 이슈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