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회사 잡일 '척척'…단순 반복업무 줄여주는 'RPA의 진화'

입력 2020-02-10 15:13
수정 2020-02-10 15:15

단순 데이터 입력, 댓글 관리, 입금내역 관리…. 중요하지 않으면서도 품이 많이 드는 잡무들이다.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의 원흉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찾아낸 대안은 로봇이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 소프트웨어를 쓰면 직원들은 잡무를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RPA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를 자동화하는 로봇 소프트웨어(SW)다. 지난해 글로벌 RPA 시장은 1조5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화 로봇이 반복업무 대신해

RPA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루마니아 유아이패스의 RPA를 도입한 롯데이커머스는 온라인 허위·과대광고를 점검하는 일을 로봇에 맡겼다. 로봇은 직원 두 명이 이틀간 해야 할 일을 하루 만에 끝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국 오토메이션애니웨어의 RPA를 쓰는 삼양홀딩스는 경영지원 부서의 생산, 영업, 구매 업무에 적용해 업무 시간을 90% 이상 단축했다. 매일 50여 명의 영업부 사원이 처리하던 거래처 입금내역 확인·처리 업무를 자동화했다.

KEB하나은행 현대자동차 LG그룹 등도 RP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를 입력하고 확인하는 등의 업무를 로봇에 맡긴 사례가 많다. LG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은 마케팅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 입찰 공고를 로봇으로 내고 있다.

RPA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 규모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글로벌 RPA 시장 점유율 분석’에 따르면 세계 RPA 시장 매출은 2017년 5억1800만달러(약 6097억원)에서 2018년 8억4600만달러(약 9959억원)로 63.1% 증가했다. 지난해엔 13억달러(약 1조5303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가트너는 ‘2020년 10대 전략 IT 기술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RPA는 물론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패키지, 자동화 툴을 결합해 업무를 수행하는 초자동화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시장은 외국계 업체들의 각축장이 됐다. 글로벌 3대 RPA 솔루션 업체로 꼽히는 유아이패스, 오토메이션애니웨어, 영국 블루프리즘이 한국에 상륙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직원들의 업무 시간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외국계 업체들이 한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포스코ICT, 그리드원 등 국내 IT 서비스 기업들은 시장 방어에 골몰하고 있다. RPA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삼은 포스코ICT는 하나금융티아이, CJ올리브네트웍스, AK아이에스, 신세계I&C 등과 차례로 RPA 확산을 위한 협력관계를 맺었다.

○“자동화로 워라밸 기대”

직장인들도 RPA 도입에 긍정적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오토메이션애니웨어는 지난달 30일 ‘2020년 사무직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업무’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11개국 사무직 근로자 1만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한국은 설문조사 대상 11개국 가운데 부수적인 관리 업무에 소요하는 시간이 비교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무직 근로자는 멕시코(3.77시간), 브라질(3.71시간)에 이어 부수적인 관리 업무 하루 평균 소요 시간이 3.58시간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가장 선호하지 않는 부수적인 업무로 구매주문서(PO) 처리, 인보이스 승인, 지급 추적 등이 꼽혔다.

워라밸에 대한 열망도 컸다. 한국인 응답자 중 42%가 잡무가 줄면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설문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새로운 기술 및 지식 습득(39%) △업무 역량 향상(33%) 등에 남는 시간을 쓰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