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미스터리물 ‘클로젯’…그릇된 훈육에 사회적 관심 촉구|클라이맥스 약하나 어머니로 울리는 반칙 안 써서 좋아[김영재 기자] 5일 개봉한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은 기대와 우려가함께하는 작품이다. 그 기대의 기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먼저 배우 하정우와 김남길의 출연이다.또 하나는 지난해 이맘때 개봉한 영화 ‘사바하’와의 기대 섞인 비교다. 둘은 같은 배급사에 장르마저 비슷하다. 우려는 충무로의 지독한 짝사랑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할리우드 영화를 모방할 것인지 그 숨은그림찾기를 더는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사고로 아내를 잃은 아빠 상원(하정우)은 의사의 충고대로 딸 이나(허율)와 교외로 이사를 간다. 이사 후, 여러 이상 증세를 보이다 실종되고 만 이나. 경훈(김남길)은 1998년부터 총 32명의 아이가 실종됐고, 그가 그 사건을 10년째 쫓고 있다며, 이나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단 사흘이 남았을 뿐이라고 한다. 시간이 없다. 상원은 경훈과 손을 잡는다.감독은 부인했지만, 본작의 레퍼런스는 제임스 완 감독의 영화 ‘인시디어스’다. 아이가 초자연적 공간으로 사라졌다는 점, 부모가 그 초자연성을 수긍하고 구출에 발 벗고 나선다는 점, 악령이 그 구출에 훼방을 놓는다는 점 등이 유사하다. 하지만 ‘클로젯’은 다른 낯두꺼운 국내산 모작보다 사정이 낫다. 그 유사성은 장르 영화에 기인하고, 만일 색안경을 벗는다면 하정우가 말한 “새로운 우리만의 것”의, 탐색은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그 새로움은 바로 가족과 사회에 대한 김광빈 감독의 시선이다. 다시 말해 ‘클로젯’은 외피는 ‘미스터리 드라마’이나 내피는 ‘가족’인 것이다. 우습게도 이 영화는 과거 인기리에 방영된 SBS 교양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극장판과 다름없다. 대개 부모의 잘못된 훈육이 아이를 문제아로 만들었듯, ‘클로젯’ 역시 아빠 상원이 딸 이나를 어떻게 잘못 길렀는지가 아이를 벽장 뒤로 사라지게 한 주원인으로 지목된다.먼저 상원은 보모가 왜 아직 안 오냐는 성토를 굳이 아이 앞에서 하는 몰상식한 부모다. 이나와 가까워지고 싶은데 성과가 없으니 답답하다고 하는 것에는 아이를 어른의 시선에서 재단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또 그는 아이에게 자기 주관을 개입시키는 아빠고,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대신 본인이 옳다는 ‘답정너’ 아빠고, 물질적 요소로 아이를 좌지우지하려다 그것이 통하지 않자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는 아빠고, 아이가 화를 내면 같이 화로 대응하는 아빠다. 딸이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지, 블랙핑크를 좋아하는지조차 모르는 상원. 이나는 아빠가 그를 원망한다고 생각, 저 스스로 벽장에 들어간다.물론 그 이후도 있다. 상원네에서 들리는 파열음은 사회 어른과 ‘한국형 아버지’에 대한 고찰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아이들에게 아빠는 거짓말과 원망, 방관으로 일관했기에 찌르고 싶은 대상이고, 한편 엄마는 목숨을 구해 준은인이거나 더께처럼 쌓인 분노를 순식간 해소시키는 존재다. 가부장적이기만 한 우리 시대 아버지상에 일침을 놓는 작품이기에 “왜곡된” 그 상(像)에 공감하지 못하는 관객에게는, 상원의 잘못된 훈육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관객에게는, ‘클로젯’은 그저 그런 미스터리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신파의 절제도 이번만큼은 아쉽다. 제작과 주연을 겸한 하정우는 감정의 클라이맥스가 약하다고 자평했는데, 그 말이 정확하다.신파는 ‘어머니’ 혹은 ‘가족’에 기반을 둔 것이 대부분. 하지만 ‘클로젯’은 그 둘에 의존해 객석을 눈물로 적시기보다 어른과 아이의 ‘장유’ 관계로그 전형을“스타일리시하게” 반전시킨다. 눈물을 덜 머금은 자리에는 이 땅 아동에게는 관심이 필요하다는 부탁이 전달되고, 이 부분은 마지막 신에서 다시 한번 반복돼 본작이 ‘장르물의 탈을 쓴 가족극’이라는 사실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다.입봉작답게 뭐가 참 많다. 웃음도 이따금 터져 나오고, 가슴도 건드린다. 놀래는 신도 여럿이다. 특히 한 신은 누구든 괴성을 지르게 한다. 음악과 미술도 이만하면 훌륭하다. 상원이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신은 세트를 실제로 움직여 완성했다.하지만 시종일관 공포만 조성하는 공포물이 아니라 그 점이 첫 번째 호불호일 터. 두 번째 호불호는 경훈의 존재다. 김남길 탓은 아니다. 공중파 연기대상을 받은 그에게 연기력을 지적하는 일은 까막눈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으렷다. 하지만 경훈으로 인해 불필요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이 문제다. “원래 말 많은 거 제일 싫어하는데 적막한 게 싫어서 말 많이 하는 거예요” 하는 경훈은 등장부터 의뭉스럽기는커녕 그간의 긴장감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또 부적세(稅) 언급하며 너스레 떠는 경훈의 모습은 ‘이 사람 퇴마사야? 사기꾼이야?’ 같은 의심을 심어 주는데, 이런 애매한 수 싸움은 괜히 혼란만 가중시킨다.딸이 벽장으로 끌려간 ‘이후’보다 왜 벽장으로 끌려갔는지 그 ‘이유’에 집중한 ‘클로젯’은 ‘인시디어스’와는 차별화된 한국형 미스터리물이다. 상대적으로 공포는 줄이고, 대신 그 빈 곳에 한국 관객이라면 느낄 수 있는 부녀간의 소통을 채워 넣었다. 솔직해지자. 그간 충무로에서 ‘공포 영화’는 늘 비주류였다. 여러 신인 배우가 그들의 첫 영화로 공포 영화에 출연했고, 그것은 더운 여름에 그 더위를 가시게 하는 청량제로 기능했다. ‘클로젯’은 한겨울의 청량제로 실패할 것인가, 아니면 한 입봉 감독의 충무로 팡파르가 될 것인가. 벽장은 이미 열렸다. 15세 관람가. 98분. 손익분기점 215만 명. 순제작비 69억 원.(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