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종로 출마 승부수가 당대표급 중진들을 향한 ‘공천 칼바람’으로 번지고 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등의 선거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험지 출마를 권유했다. 홍 전 대표 등이 물러서지 않겠다고 반발하면서 당분간 당대표급 인사의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9일 한국당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경남 밀양에 있는 홍 전 대표의 선거사무실을 찾아 서울 강북 지역에 출마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홍 전 대표는 자신이 당에 기여해온 점을 언급하면서 경남 지역 출마 의지를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대표는 이날 “나를 효수(梟首)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도 김 위원장의 선거사무실 방문은 감사했다”며 “부디 공천 혁신을 통해 우리 당이 부활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황 대표 출마지가 결정된 다음날인 지난 8일 홍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 강북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너무 늦었다”며 “예비후보 등록까지 하고 선거운동을 시작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서울로 올라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남 거창에 선거사무소를 차린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찾아가 험지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 역시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당 대표로서 한 것”이라며 “제가 ‘험지 전용 철새’도 아니고 제 지역을 떠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10일 공관위 회의에서 홍 전 대표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 전 지사 등 당대표급 중진들의 출마 지역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관위원 대부분은 당대표급 인사들이 모두 ‘험지’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도 7일 종로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표급, 지도자급이 앞장서야 한다”며 당내 중량급 인사들의 험지 출마를 에둘러 압박했다. 공관위 관계자는 “황 대표 출마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이제 다른 중량급 인사들의 전략 배치를 본격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