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부동산 시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몇 개월 새 미분양이 사라지고 집값도 상승세다. 신규 아파트도 속속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까지 몰려들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종시의 부동산 열기가 규제가 없는 대전과 청주 등 주변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 조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대전과 세종을 중심으로 뜨거웠다. 대전은 지난해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55.46 대 1로 전국(지역별)에서 가장 높았다. 세종이 44.06 대 1의 경쟁률로 그 뒤를 이었다. 집값도 대전의 상승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 집값 상승률은 6.82%로 과천(7.5%)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대전은 수년간 세종에 밀려 집값이 주춤했던 지역이었다. 부동산 관련 규제도 거의 적용받지 않았다. 하지만 세종의 공급이 뜸해지고 대전에서 구도심을 중심으로 도시정비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청주 미분양 225가구로 급감
집값이 급등하는 건 물론 분양권에도 수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2018년 86.45대 1로 대전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대전 아이파크시티 2단지’의 분양권에는 2억원이 넘는 웃돈이 형성돼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5억9000만원에 분양됐던 전용 84㎡의 분양권은 지난해 12월 8억2167만원에 거래됐다.
2016년 10월 이후 미분양 관리지역인 충북 청주에도 부동산 시장의 온기가 나타나고 있다. 청주는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분양이 꾸준히 이어지다 보니 미분양이 수년째 지속됐다. 지난해에도 청주에서는 5개 단지에서 3866가구(임대 제외)가 공급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이 반전됐다. 청주는 지난달 말 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225가구라고 밝혔다. 이는 전달(503가구)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다. 가장 많은 미분양을 기록했던 2017년 7월(3501가구)에 비해 3300가구 가까이 급감한 수준이다. 율량동의 A공인중개사는 “작년 11월에 분양한 신영의 ‘청주테크노폴리스 지웰 푸르지오’ 이후 시장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며 “연말에 외지에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며 매물을 사들이면서 기존에 미분양 아파트들도 다 팔려 나갔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이 지난해 9월 말 청주시 율량동에서 분양한 ‘율량 금호어울림 센트로(748가구)’도 연말에 빠르게 계약을 모두 마쳤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작년 12월에 공급한 ‘청주 가경 아이파크 4단지’는 평균 경쟁률 89.5 대 1로 1순위 접수를 마감했다. 미분양 소진 움직임 속에 올해 청주에서는 6개 단지에서 6860가구가 쏟아질 전망이다.
계룡 등 중소도시에도 분양 바람
충청권은 세종을 제외하고는 규제가 거의 없다. 전매제한 기간도 짧은 편이다. 분양가가 지역에서는 저항이 있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시장이 활기를 보이면서 올해 중소도시에서도 신규 아파트가 쏟아진다.
대전에서는 우미건설이 오는 4월 유성구 구룡동 둔곡지구 3블록에서 ‘대전 둔곡지구 우미린’(가칭)을 분양한다. 포스코건설과 계룡건설은 서구 용문동 225의 9 일원에서 ‘용문 더샵 리슈빌’(가칭)을 내놓는다. 2763가구 중 1900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청주에서는 동양건설산업이 상당구 운동동 동남지구 B5블록에서 ‘청주 동남 파라곤’(가칭)을 공급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가경동에서 ‘청주 가경 아이파크5단지’를 준비 중이다.
충청권 중소도시도 관심이다. 대우건설은 이달 충남 계룡시 계룡대실지구 3블록에서 ‘계룡 푸르지오 더 퍼스트’를 분양한다. 883가구 규모로 계룡시에 공급하는 첫 번째 푸르지오 브랜드 아파트다. 단지 바로 옆에 이케아가 들어설 예정이다. 삼호는 충남 금산군 중도리에 조성되는 ‘e편한세상 금산 센터하임’(461가구)을 선보인다. 대방건설도 4월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 RM 9블록에서 ‘내포1차 대방노블랜드’(가칭) 79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