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신종 코로나' 대처…한국, 北·中보다 못하다?

입력 2020-02-09 17:16
수정 2020-02-10 02:4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정식 통보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각국의 대응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한국이 방역 후진국인 북한(초기 대응)과 발병 진원지인 중국(경제 대책)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점이다.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한국 정부에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신종 코로나 발생 이후 각국의 대응 과정을 평가해 보면 한국에서는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이 눈에 띈다. 하나는 신종 코로나에 대한 정책당국의 대응 기조에 기복(초기 ‘미온적’, 이후 ‘초강경’)이 심하고, 다른 하나는 가장 어둡게 보도된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와 같은 디스토피아 문제는 초기 대응이 생명이다. 사전에 예상해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디스토피아는 발병 초기에 전염과 확산을 막는 것이 국민 보건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국민 보건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초기 대응 면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발생 직후 김 위원장은 중국과의 국경무역 차단, 비자 발급 제한 등을 통해 상품과 사람의 이동을 통제했다. ‘부도설’과 ‘쿠데타설’이 나돌 정도로 외화난과 인민의 고통이 심한 북한 경제로 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중국과의 관계, 4월 총선 등을 의식해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한국과 비교해 보면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피해가 클 수 있다. 하지만 초기 대응 실패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경제 활동이 마비되고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규모다.

디스토피아가 경제에 미치는 경로는 유동성 위기, 시스템 위기, 그리고 실물경제 위기 순이다. 첫 단계인 유동성 위기를 풀기 위해서는 ‘헬리콥터 벤’ 식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 춘제(중국 설) 이후 중국 인민은행의 대처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대목이다. ‘중국판 양적완화’라고 불릴 만큼 한꺼번에 1조7000억위안(약 228조원)을 풀었다.

다음 단계인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과의 연결고리인 대출금리, 지급준비율 등을 함께 내리는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처럼 통제권이 강한 경제에서는 통화정책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 통화량 변경→금리 변화→총수요 증감→실물경기 조절)상 금리 변화에 따른 총수요 반응이 ‘탄력적(elastic)’이기 때문이다.

나라 밖으로도 신종 코로나로 가장 우려되던 세계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 붕괴를 막기 위해 미국산 제품의 관세 인하와 위안화 평가절상 등을 단행했다. 신종 코로나로 미·중 1차 합의안이 이행되지 못하면 GVC는 빠르게 붕괴되고 중국 경제가 가장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6%까지 떨어져 ‘바오류(성장률 6% 유지)’ 붕괴 직전에 몰렸다. 같은 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로 정부의 물가 목표치 3%를 1.5%포인트 웃돌았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신종 코로나 피해를 줄여야 할 상황이다.

그 어느 국가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신종 코로나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한국은 아직 양적완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과 같은 ‘유수 정책(pumping up policy)’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방역비와 피해 기업 지원 등과 같은 미세 조정(fine tuning) 정책만 발표하는 정도다.

신종 코로나와 같은 외부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만큼 한국 경제가 견실하다면 현 정부의 대응 방식이 맞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모든 분야에 걸쳐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작년 성장률이 간신히 2%에 턱걸이했다. 신종 코로나 피해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방역 관련 분야의 모든 사람이 애를 쓴다. 고마움을 표한다. 이제부터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보건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 스스로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 방역 관련 기본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동시에 남을 배려하는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공공선)’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