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의 집값이 심상찮다. 한 달 여만에 수억원씩 집값이 오르고 있다. 2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는 물론이고 새 아파트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새 아파트는 10억원이 넘는 집들이 속출하고 있다.
수원은 서울을 누르면서 제대로 풍선효과를 누리고 있는 모양새다. 새 아파트 주변의 공인중개사들은 '외지인의 문의가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밀려온 실수요도 있지만, 투기 수요도 당연히 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아파트가 밀집한 영통구에는 급등했던 아파트의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대장 아파트라고 불리는 단지나 분양권 위주로 돌아다니던 새 아파트의 물건들은 찾기 어려워졌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다'라는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서다. 때문에 집값 상승세는 주변 아파트로 번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집값 키 맞추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 수원 집값, 올해들어 '폭등'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원의 집값 상승률은 0.3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광명(4.91%)이나 과천(0.11%), 성남(2.89%), 부천(2.62%), 구리(1.83%), 안양(0.72%) 등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1월 한달 간만 놓고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수원은 1.24% 상승하면서 안양(1.48%), 안산(0.93%)과 함께 경기도에서 집값 상승률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특히 영통구는 2.95% 급등했는데, 단독이나 연립을 제외한 아파트만 놓고 보면 영통구의 상승률은 3.15%에 달한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위인 대전 서구(2.81%) 와도 격차가 있다.
실제 거래된 집값으로 보면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광교신도시 일대는 짜기라도 한것처럼 수억씩 올랐다. 이른바 대장 아파트라고 불리는 아파트들이 매물을 감추면서 주변으로 상승세가 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장주 아파트로 분류되던 광교 중흥S-클래스의 매물은 종적을 감춘지 오래다. 지난해 8월, 전용 109㎡가 15억원에 거래된 이후 전세와 월세 매물만 나오고 있다. 전용 84㎡의 전셋값은 7억원까지 치솟았다. 자연앤힐스테이트(전용 84㎡ 기준)는 12억원대 시세를 굳히고 있다. 작년 9월만 하더라도 9억원대에 거래됐지만, 3개월 새 3억원이 넘게 뛰었다.
광교푸르지오 월드마크, 광교오드카운티, e편한세상광교, 래미안 광교 등 전용 84㎡ 이상은 거래가가 모두 10억원을 넘겼다. 중대형인 써밋플레이스광교는 전용 116㎡가 지난달말 14억4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2개월 전보다 1억4500만원 뛴 가격이다. 가격변동이 심하지 않고 아파텔로 불리는 오피스텔 마저도 급등했다. 광교더샵 오피스텔(전용 83㎡)은 2개월 전보다 1억2300만원이 오른 6억3000만원에 최근 거래가 성사됐다.
이의동의 A공인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우한 폐렴) 영향도 있지만, 매물이 올해들어 급격히 줄어든 건 맞다"며 "작년말까지만 해도 집주인들의 시세 문의가 제법 있었지만, 이제는 시세를 물어보지도 않고 내놓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매수자들의 전화문의가 주를 이룬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 광교신도시, 망포동 일대 억대로 올라
망포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새 아파트들의 집값이 올라가면서 비교적 신축인 아파트들의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미 전용 84㎡기준으로 힐스테이트 영통은 8억원을 넘었고, 영통 아이파크캐슬 2단지는 지난달 7억5000만원에 팔렸다. 시장에는 매물이 들어간지 오래다.
집값 상승세는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다. 입주 5년차인 영통2차 e편한세상 1단지는 소형 중심의 392가구 단지다. 전용 59㎡가 지난달에 거래됐다고 신고된 것만 7건인데, 1월10일에는 4억800만원에 체결된 집이 22일에는 5억3000만원 거래됐다. 12일 만에 1억2200만원이 뛴 셈이다.
영통동의 B공인 관계자는 "영통지구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전셋값과 매맷값의 차이가 없을 정도다"라며 "세입자들이 차라리 집을 나서기도 하고, 외지인들은 오래된 아파트에 갭투자를 문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황골, 청명, 벽적골, 신나무 등 영통지구의 대부분의 마을에서 전세가율이 80%를 웃돌고 있다. 황골마을 신명, 한국아파트는 집값이 2억3000만~2억4000만원인데 전셋값이 1억9000만~2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전세가율이 86%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집값 상승세는 외지인 수요가 늘어난 이유도 있다. 영통구의 외지인 투자비율은 지난해 1~3분기만 하더라도 10% 초반이었지만, 4분기에는 약 25%까지 늘어났다. 외지인 비율의 증가는 수원 아파트 거래량과도 궤를 같이 한다.
수원 전체의 아파트 거래량은 수년째 매달 1000건 안팎이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작년 8월만 하더라도 수원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1023건이었지만, 9월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10월(2294건)과 11월(2629건)에는 2000건을 넘더니 12월에는 3002건에 달했다. 경기도에서 거래량 상위권을 차지했던 용인이나 성남을 넘고 작년 거래량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는 거래가 다소 주춤하면서 1월에는 2599건으로 줄었지만, 이는 매물이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수원 영통구, 핀셋규제 올까?
영통동의 C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나오면 기존에 세입자와 외지인의 줄다리기 같은 분위기다"라며 "세입자들은 청약을 기다려야 하나 집을 사야하나 고민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영통구는 집값이 뚜렷하게 오르다보니 현지에서는 '핀셋 규제'가 따라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대출이나 청약에 제한이 생기면 내 집 마련을 하기에 어려움을 있다고 보고 있다.
영통동에 15년째 살고 있는 김모씨는 "영통지구는 학원 인프라도 기존에 있는데다 용인~서울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분당선이 뚫리는 등의 호재에도 20년이 넘은 동네다 보니 집값 변화가 거의 없었다"며 "이제서야 새 아파트가 들어오면서 상승하는 마당에 규제가 생긴다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영통구는 영통지구로 대변되는 영통동 일대와 광교신도시, 19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가 밀집한 매탄동, 여기에 최근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한 망포동 일대 등으로 나뉜다. 수원시에 따르면 영통구의 인구는 2009년 약 26만명이었지만, 지난해말 기준으로 약 37만명까지 늘어났다. 10년 만에 11만명이 늘면서 수원시 내 가장 큰 인구를 가진 자치구가 됐다. 삼성전자가 자리하고 있다보니 대표적인 직주근접 주거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