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배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 등 동맹국이 ‘화웨이 보이콧’ 전선에서 이탈하자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 행정부 내에선 화웨이 경쟁 기업을 지원하자는 논의도 나왔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통화 중 매우 격앙된 어조로 영국의 화웨이 허용 결정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지난달 28일 자국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가 비핵심 부문에 한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곧바로 존슨 총리에게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국 관료는 FT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졸도할 지경으로 화를 냈다”고 말했다. 다른 관리는 “양국 정상 간 통화는 매우 껄끄러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언사가 매우 거세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당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영국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논평했다.
FT에 따르면 영국 관료들은 미국이 다른 대안 없이 화웨이를 배제하라고만 요구하고 있어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국은 화웨이 사업 허용 발표 당시에도 “통신 시장 공급자를 다변화하고 소수 기업의 독점을 타파하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화웨이 보이콧이 뜻대로 되지 않자 미국 정부에선 화웨이 경쟁 업체를 지원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연 콘퍼런스에서 “미국이 화웨이를 밀어내기 위해 핀란드 업체 노키아나 스웨덴 업체 에릭슨을 지원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의 직접 투자를 통해서든, 민간기업 컨소시엄을 통해서든 이들 기업의 지배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시장에서 다른 경쟁 기업을 지원해 화웨이를 막겠다는 얘기다. FT는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하기 위해 과격한 노력도 불사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5G 장비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차지해 업계 1위다. 에릭슨과 노키아는 각각 20%와 14%로 3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