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시즌 마수걸이 우승을 노리는 ‘K골프 군단’에 뜻밖의 지원군이 합류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는 ‘국내파’ 선수들이다. 선봉에는 지난해 KLPGA투어 신인왕 출신 조아연(20)이 섰다.
조아연은 7일 호주 빅토리아주 바원헤즈의 서틴스비치골프링크스의 비치코스(파72·6276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ISPS 한다 빅 오픈(총상금 110만달러) 2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버디 8개를 몰아치는 동안 보기는 2개로 막았다. 중간합계 10언더파 135타를 적어낸 그는 선두 마들레네 삭스트롬(13언더파·28·스웨덴)에게 3타 뒤진 공동 3위에 올랐다. 삭스트롬은 지난 대회(게인브리지LPGA)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주특기 아이언 뽐낸 조아연
지난해 K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혜성같이 나타난 조아연의 주무기는 아이언 샷. 이번 대회에서도 ‘컴퓨터 아이언 샷’이 빛나고 있다. 전날 1라운드에서 100%의 그린 적중률을 뽐냈던 그는 바람이 강해진 이날도 그린적중률 77.8%를 기록하며 차곡차곡 타수를 줄였다. 이틀간 88.88%의 적중률이다.
특히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그는 후반 9개 홀에서 버디 6개를 쓸어담는 승부사 기질을 뽐냈다. 보기 2개가 옥의 티였으나 순위를 대폭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성적을 냈다. 조아연은 “어제는 샷이 좋았지만 퍼트가 안 됐다. 오늘은 샷보다 퍼트가 잘됐다”며 “3, 4라운드 때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하니 바람을 잘 태우는 샷을 연습하겠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서 훈련을 하고 있던 조아연은 주최 측 초청으로 참가한 이 대회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덜컥 LPGA투어 직행 ‘신데렐라 티켓’까지 바라보게 됐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LPGA 회원 신청을 하면 그는 올 시즌 LPGA투어 잔여 대회(우승자 자격)와 이듬해 거의 모든 대회 출전 자격을 얻는다. 조아연이 역전 우승을 차지하면 올 시즌 LPGA에서 한국 선수가 거둔 첫 우승이 된다. 한국 선수가 LPGA투어 개막 후 첫 2개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을 신고하지 못한 건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핫식스’ 이정은, 최혜진, 강혜지도 선두권
참가자 중 세계랭킹(8위)이 가장 높은 ‘핫식스’ 이정은(24)도 이틀 연속 4타를 줄이면서 우승 기대를 높이고 있다. 크리크코스(파73·6307야드)에서 경기한 그는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를 쳤다. 중간합계 8언더파 137타 공동 11위다. 이정은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려면 초반부터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이겨낼 것”이라며 “3, 4라운드에서 바람이 강하게 분다고 하니 낮은 탄도 샷을 구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시즌 KLPGA투어 6관왕에 오른 최혜진(21)도 중간합계 8언더파로 이정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날 크리크코스에서 경기하며 버디 6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전날 8타를 줄여 공동선두로 나섰던 강혜지(30)는 이날 비치코스에서 1타밖에 줄이지 못해 공동 6위(9언더파 136타)로 밀렸으나 여전히 선두권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