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에 좋은 음식"…박쥐육포 中 알리바바서 버젓이 판매

입력 2020-02-07 14:09
수정 2020-02-07 14:1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바이러스 숙주로 알려진 야생 박쥐 고기가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현재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닷컴'에는 '말린 천연 박쥐(dry natural edible bat)'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1㎏에 68.28달러(한화 약 8만1000원)에서 77.19달러(약 9만1000원)다.

상품 설명에는 식용 박쥐가 기침과 설사에 효능이 좋아 약, 건강식품, 차 등으로 쓰일 수 있고 정력에 좋은 음식 재료라고 소개됐다.

알리바바에 식용 박쥐를 파는 이 업체는 한 달에 5000kg의 말린 박쥐를 공급할 수 있으며, 구매자의 요청에 따라 1kg 포장부터 20kg 상자 단위로 판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박쥐는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 섬 북부의 유명한 토호몬 시장에서도 계속 팔리고 있다. 이 시장은 박쥐, 고양이, 뱀, 개, 원숭이를 식재료로 팔면서 신선함을 자랑한다며 즉석에서 잡아 불에 지지거나 채찍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과 각국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쥐에서 시작해 매개 동물을 거쳐 인간으로 전파됐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진치(金奇) 중국의학과학원 병원생물학 연구소 소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시작됐고, 중간숙주인 밍크로 옮겨졌다가 인간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중국과학원 상하이파스퇴르연구소와 군사의학연구원 연구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숙주는 박쥐일 가능성이 있다"며 "박쥐와 인간 사이를 매개하는 미지의 중간숙주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논문에서 밝힌 바 있다.

이 연구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큰박쥐(fruit bat)'에서 발견되는 'HKU9-1 바이러스'를 공통 조상으로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박쥐는 137종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고, 그 가운데 61종은 동물과 사람이 함께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이다. 박쥐는 인간과 같은 포유류이기 때문에 종 사이 장벽이 낮아 상대적으로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설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박쥐 등 야생동물을 판매하고 식용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는 온상을 만드는 것과 같다며 단속을 통해 통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