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사진)가 6일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해 수소차와 빅데이터 등 신(新)산업 분야 규제를 한 발 앞서 혁파하겠다”고 밝혔다. 각 부처 장관들에게 상반기 관련 규제 정비를 주문하고 “제가 직접 현장을 찾아 확인하고 그 결과로 평가하겠다”고 했다. ‘기업인 출신 총리’로서 국가잠재력 확충을 위해 주도적으로 신산업 규제를 깨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올해는 지난해 완비한 규제 혁신의 새로운 틀을 본격 가동해 국민과 기업이 그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5개 영역 10대 분야 규제 혁신 세부 추진 방안을 내놨다. 규제 혁신 분야에 대해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해당 분야는 △신산업(데이터, AI, 미래차, 모빌리티) △바이오헬스(의료 신기술, 헬스케어) △공통산업(핀테크, 기술창업) △제조혁신(산업단지, 자원순환) △서비스산업(관광, 전자상거래·물류) 등이다.
정 총리는 “올해 경제와 민생, 공직 등 3개 분야에 정부의 규제혁신 역량을 집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분야와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계속해서 찾아내 제거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보완대책도 언급했다. 정 총리는 “주 52시간 정착을 위해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특별연장근로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별 맞춤형 지원도 해드리고 있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는 탄력근로제 기간 연장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주 52시간 제도의 현장 안착에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소프트웨어 부문 주 52시간제에 대해선 “4차 산업혁명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지만 사업 수행 과정에서 과업이 자주 변경되고 특정 기간 업무량이 집중되는 특성으로 인해 주52시간제를 지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부문 소프트웨어 사업부터 조기에 발주하고 불필요한 과업 변경을 최소화해 기업과 노동자들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정계 입문전 1978년 쌍용그룹 공채로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17년간 재직한 경력이 있다. 지난달 29일 취임 후 첫 산업현장 방문지로 택한 곳도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인 솔트룩스였다. 지난 5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진단시약 업체인 코젠바이오텍을 찾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 때문에 거의 모든 일정을 취소했지만, 산업현장 방문 일정만큼은 직접 소화했다”며 “민간기업에 몸 담았던 경험을 충분히 살리겠다는 각오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처 간 조율을 중시한다는 점도 정 총리의 특색으로 꼽히고 있다. 정 총리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규제 혁신을 내세우는 한편, 유관 부처들 간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한폐렴 방역 문제를 다루면서도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들 사이에 ‘어긋난 메시지’가 나오지 않도록 총괄 조정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실제 정 총리는 지난 2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현재 보건복지부장관이 책임자로 되어 있는 대응 체제를 실질적으로 총리가 직접 나서서 대응하겠다”며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약속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 총리는 화려한 언변이나 강한 쇼맨십을 강조하기보다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어떤 분야를 논의해도 유관 부처 장관들과 실·국장들을 모두 불러 꼼꼼히 대응한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