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RNA(리보핵산)가 있었다. 지구상의 생명은 DNA로 게놈 설계도를 만들지만 초기생명은 RNA로 설계도를 만든다. DNA로 진화하기 전 RNA 세상이 잠시 존재했다. 그 전통이 아직도 현존하는 일부 생명체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 RNA바이러스다. 40억 년 동안 원래 모습에서 큰 변화 없이 긴 시간을 버텨왔다. 이 원시 생명체는 설계도 안에 있는 정보의 양이 사람의 10만분의 1 정도고 유전자 수도 몇 개 안 된다. 따라서 RNA바이러스는 스스로 생존이 불가능하고 숙주 세포에 기생할 수밖에 없다.
우한 폐렴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로 지구촌이 시끄럽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외가닥 RNA바이러스다. 이는 게놈을 만드는 RNA중합효소가 실수가 많은 편이라 돌연변이 발생률이 매우 높다. 변이율이 높으면 백신 및 치료제를 제조하기 쉽지 않다. 빠르게 표면 항원이 바뀌면 백신을 개발해도 별 효과가 없다. 이번에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2002년 유행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또는 2012년 유행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계열이지만 게놈RNA 유사도가 80% 정도인 신종 코로나임이 밝혀졌다.
문제는 왜 박쥐, 낙타 등 동물 바이러스들이 사람에게 감염돼 전대미문의 전염병을 일으키는가 하는 것이다. 원래 바이러스의 숙주 특이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자연계에서 동물 바이러스가 잘못된 숙주와 만나는 경우 일회적 사건으로 끝나게 된다. 그러나 대규모 가축사육 및 환경파괴가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의 확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람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항생제를 발견해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거의 완벽한 승리를 쟁취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항생제 오남용 결과로 발생한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이 첫 번째 위협이 됐다. 두 번째는 종간의 벽을 뛰어넘은 동물 바이러스(에볼라, 코로나바이러스 등)의 위협으로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올 것으로 예측됐다. 사스, 메르스 그리고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은 이미 예고된 참사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계속될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대책을 세워야 한다. 효율적인 집단방역체계 구축은 물론 DNA게놈산업과 같은 바이오헬스산업을 증진해야 한다. 게놈 분석기술을 RNA바이러스 분석에 이용하면 손쉽게 게놈 변이를 진단할 수 있다. 비료산업이 유사시 폭탄 제조에 쓰일 수 있듯이 개인별 게놈 분석기술이 인류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최적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