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당분간 손태승 회장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DLF(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기 전 연임을 포기하는 것은 그룹 지배구조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차기 우리은행장도 이르면 다음주 선임해 경영 공백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6일 정기 이사회 사전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사회는 “금융위원회의 징계 절차가 남아 있고, 개인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이날 사외이사들에게 “연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직접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서는 실적 안건과 함께 손 회장의 연임 문제가 주로 논의됐다. 사외이사들은 오전 7시30분부터 점심시간 전까지 갑론을박을 벌였다.
현 체제를 우선 유지하기로 중지를 모은 것은 연임 포기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손 회장이 연임하지 않으면 당장 차기 회장·행장 자리가 모두 불투명해진다. 손 회장 연임을 전제로 뽑은 차기 행장 쇼트리스트(최종후보)도 의미가 없어진다. 회장 자리가 비게 될 경우 외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사회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지난해 계열사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당장 대체할 만한 회장 후보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전날 알려진 우리은행의 고객 비밀번호 도용 사태 역시 손 회장의 책임이 크지 않다는 게 이사회 판단이다. 우리은행 측은 “은행 본사 검사실이 2018년 7월 자체적으로 적발하고 금감원에 사전 보고한 건”이라며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임 강행’ 대신 조건부 결정을 내놓은 것은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시각이다. 금융위가 언제 징계를 내리느냐에 따라 연임 여부와 대응 방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연임이 의결되는 우리금융 주총(3월 24일) 이전에 징계가 확정될 경우 연임을 강행하기 위해선 소송 카드를 꺼내야 한다.
중단했던 행장 선임 작업도 다음주부터 재개할 방침이다. 행장 쇼트리스트에는 권광석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와 김정기 우리금융 영업지원 부문장,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 등 세 명이 올라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