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4일) 직후 트럼프 대통령 바로 뒤에서 연설문을 북북 찢어버린 일로 미 여야가 또다시 양갈래로 쪼개졌다. 백악관 등 여권은 5일(현지시간) 펠로시 의장에 대한 불신임까지 주장하고 나섰고,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실을 조각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연설문을 조각냈다”고 받아쳤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 행동을 ‘최하의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이 연설문을 찢은 탓에 그 순간은 정말 불명예스럽게 됐다”며 “의회 양원 합동 회의의 위엄을 깎아내렸다”고 했다.
켈리안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하원이 펠로시 의장을 불신임하거나, 상원에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일은 펠로시 의장이 분노발작 증세가 있다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비난할 때 단골로 써온 ‘분노발작’이란 표현을 되돌려준 것이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공화당)은 트위터에서 “연설문을 찢은 펠로시 의장의 악랄하고 당파적인 행동은 역겹고 모욕감을 준다”며 “그의 유치함이 미국 전통을 모욕했으며 불신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국정연설 현장에 참석했던 참전용사와 그 가족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펠로시 의장이 찢은 것은 그들”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트윗뿐 아니라 지지자들이 남긴 펠로시 의장에 대한 비난 트윗 수십여 개를 고스란히 리트윗했다.
미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당 인사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거짓투성이 선언문’이라고 폄하하면서 “그가 진실을 조각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연설문을 조각낸 것”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너무나 지저분한 연설이었다”며 “다른 대안을 고려해 볼 때 (연설문을 찢은 것은) 정중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