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들이 공식 회의가 아닌 곳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관위원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전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황교안 일병 구하기' 회의였다"고 언급한 데 대해 공개 경고한 것이다. 황 대표는 "제 (총선 출마 지역) 문제는 가장 적합한 시기에 판단해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마 지역을 둘러싼 황 대표의 '고심'은 지난달 3일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뒤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초반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나선 서울 종로구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그러나 "끌려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황 대표가 주저했다. 용산·양천갑·영등포을 등 수도권 지역구가 '리스트'에 올랐지만 최종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황 대표는 출마 지역을 묻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에 도움이 되는 판단을 할 것"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문제는 나머지 공천 작업도 함께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총선 전략과 전형을 짜는 데 핵심 격인 황 대표의 출마 지역이 '미정'으로 남으면서 공관위 회의도 공전하고 있다. 회의 중 상당 시간을 황 대표의 출마 지역을 둘러싼 '갑론을박'으로 쓰고 있다고 한 공관위원은 전했다. 한 한국당 의원은 "공천 지형을 짜는 건 하나씩 하는 게 아니라 다 연쇄다. 황 대표가 마음을 정하지 못하면 나머지 지역도 엉킨다"고 했다. 지도부가 대구·경북(TK) 의원들을 향한 고강도 쇄신을 내세울 명분도 약해졌다. 한 TK 지역 의원은 "자신은 손해보는 것 없이 당에 기여한 의원들만 잡으면 권위가 있겠느냐"고 했다.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 논의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황 대표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과 회동하면 출마 지역과 공천 등을 두고 협상을 벌여야 한다. 자신의 거취를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담판'이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한국당 의원은 "본인 마음도 정하지 못한 채로 무슨 협상에 나서겠는가"라며 혀를 찼다.
이날 한국당은 통합신당의 당명을 논의했지만 확정하지 못했다. 의원총회에서 당명에 '행복'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과 '자유' '혁신' '한국' 등의 단어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한 의원은 "의원 100명에게 물어보면 의견이 100개가 나온다. 지도부가 리더십을 보여 3가지 정도의 선택지를 바로 표결에 붙였어야 했는데 준비가 전혀 안 됐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