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처가 곳곳에서 허술한 실상을 드러내고 있다. 3711명이 탑승한 일본의 대형 크루즈선은 바이러스 확산의 ‘온상’이 되면서 연일 다수의 감염자를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전염병 발병지인 중국에 이어 감염자 수 세계 2위 국가가 됐다.
급기야 중국 후베이성 체류자에 한해서만 입국을 거부한 조치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뒤늦게 부랴부랴 입국 거부 지역 확대 가능성을 열어 놨다.
6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홍콩인 우한 폐렴 확진자가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이던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지난 5일 10명에 이어 이날도 10명의 추가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본인 감염자 수는 총 45명으로 늘며 태국(25명), 싱가포르(24명)를 제치고 압도적인 2위 자리를 굳혔다. 일본인 감염자 수가 크게 늘자 서태평양의 섬나라 미크로네시아는 중국과 일본을 ‘우한 폐렴 오염국’으로 지정해 두 국가로부터의 입국을 막았다.
일본 정부의 안일한 전염병 대처는 허술한 크루즈선 감염자 대처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홍콩인 확진자가 이 크루즈선에 탑승한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도 크루즈선 내에서 각종 공연과 이벤트를 예정대로 열도록 허용했다.
기침과 고열 등이 있는 탑승객을 대상으로 한 감염 검사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 3700여 명의 승객을 요코하마항에 하선시키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본인의 귀가도 허용할 방침이었다. 당연히 크루즈선 탑승자들의 객실 격리도 시행하지 않았다. 승객들은 식당과 바 등 공용 시설을 이용하거나 선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지냈다.
그러나 크루즈선에서 이틀 연속 10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의 조치가 안일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3일부터 탑승자 3711명 중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273명에 대해 감염 검사를 했다. 5일 검사 결과가 나온 31명 중 10명이 확진자로 확인됐고, 6일에는 71명의 검사자 중 10명이 추가로 감염자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검사 대상자의 20% 가까이에서 확진자가 나온 만큼,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171명의 승객 중에서도 적지 않은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객실 등 주요 공간의 환기가 쉽지 않은 ‘폐쇄 공간’인 크루즈선의 특성을 고려하면 비검사자 중에서도 감염자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5일부터 크루즈선 승객들을 객실에 머물도록 조치했다. 또 승객들이 오는 19일까지 2주 동안 유람선에 더 머물도록 했다. 부랴부랴 선내에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 체온계 4000세트와 손 소독용 알코올을 공급하는 뒷북 행정도 곁들였다.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한 일본인들에 대한 조처도 우왕좌왕 혼란을 거듭하며 불안을 키우고 있다. 당초 일본 정부는 인권 침해 등의 문제를 고려해 전세기로 귀국한 일본인의 자택 귀가를 허용키로 했다가 일부 귀국자가 감염 검사를 거부하는 소동을 빚은 끝에 호텔 등에 14일간 격리키로 방침을 바꿨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격리기간을 10일로 줄였지만, 우한 폐렴 잠복기에 대한 소견이 바뀌자 다시 격리기간을 12.5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중국 후베이성에만 국한된 일본 입국 금지 지역도 조만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는 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후베이성에 머물렀던 외국인에 대한 일본 입국 금지 조치 대상 지역을 넓혀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