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글픈 중년 남성이여,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돼라"

입력 2020-02-06 18:08
수정 2020-02-07 00:42
“지금까지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왔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모든 일을 밤낮 없이 했어요.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저를 방관자를 넘어 침입자로 대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폭군으로 보는 듯한 시선에 마음이 아픕니다.”

한 중년 남성이 자신이 아버지로 살아온 삶에 대해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그 시선이 어린 시절 자신이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던 시선이었다고 고백했다. 세상에서 아버지로 사는 게 남자로 사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의수 남성사회문화연구소장이 최근 펴낸 《다, 괜찮다》에서 소개한 중년 남성의 상담 사례다. 이 소장은 “경제적 부유함이나 명예도 좋은 아버지라는 명예만 못하다”며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볼 만큼 자식과 함께 성장하는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라고 말한다.

‘마흔 이후 30년 인생’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비단 아버지로서뿐 아니라 행복을 주는 배우자, 사회인으로 살아온 중년 남성들의 삶에 주목한다. 각기 다른 역할과 책임감을 짊어지고 허덕이며 그저 충실하게 살아온 그들이 왜 중년의 문턱에서 주저앉아 힘겨워하는지 수많은 사연을 소개한다. 누군가는 자식과 갈등하고, 누군가는 갑작스레 배우자를 잃고, 누군가는 인생의 허망함을 토로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 무게감 때문에 쉽게 고민과 걱정을 털어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중년’이라는 이름 앞에서 무력감과 상실감에 빠진 이 시대 중년 남성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자신 역시 똑같은 중년 남성이자, 비슷하게 아픈 인생을 살았으며, 수많은 동년배 중년 남성들의 고민을 듣고 나눴던 저자는 이런 아픔의 치유 방법이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중 하나가 ‘큰 소리로 울기’다. 저자는 “‘고맙다’고 자주 말하고,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감정표현에 익숙해지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또 잘 용서하며, 공감능력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상처를 숨기지 말고, ‘자기 내부의 힘’을 믿고 적극적으로 드러내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 불신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도 괜찮다”며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라고 주문한다. “사회적 성공과 경제적 풍요, 다른 사람의 인정에 목말라하지 말고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돼 내가 행복한 일, 내가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중년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고 길을 잃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자신 역시 “천천히 가면 지치지 않고 멀리까지 갈 수 있는데 그걸 모르고 살았다”고 후회했다. 저자가 하는 이야기는 후회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정적 에너지에서 벗어나 긍정적 에너지로 자신의 삶을 긍정해야 하며 그런 자기 긍정이 있어야 새로운 꿈꾸기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젊을 때처럼 자신을 채찍질하고 다그치며 경쟁의 선두에 서려는 목표 지향적 꿈보다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목적지향적 꿈을 발견하라”고 말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