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06일(09:4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본드 발행에 나선 현대캐피탈아메리카와 수출입은행이 나란히 대규모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글로벌 채권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을 극복하고 흥행에 성공했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글로벌본드 발행을 위해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약 100억달러(약 11조840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가 지금까지 발행한 채권 중 가장 많은 투자수요다. HSBC, JP모건, MUFJ(미쓰비시UFJ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10억~15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대규모 주문이 밀려들자 발행금액을 20억달러(약 2조3600억원)로 늘리기로 했다. 자금 조달비용도 당초 예상보다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글로벌본드 발행금리는 모든 만기 구간에서 희망금리 대비 0.2~0.3%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3년물(10억달러)은 연 2.392%, 5년물(5억달러)은 연 2.693%, 7년물(5억달러)은 연 3.046%로 발행된다. 이 회사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여덟 번째로 높은 ‘BBB+’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미국 현지 영업에 필요한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우량등급으로 평가받는 수출입은행도 무난히 흥행에 성공했다. 5년 만기 글로벌본드 5억달러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같은 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보다 8배 이상 많은 32억달러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모건스탠리, BoA메릴린치, JP모건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수출입은행은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해외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덕분에 예상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글로벌본드는 미국 5년 만기 국채 금리보다 0.475%포인트 높은 연 1.943%로 결정됐다. 수요예측에 앞서 제시한 희망금리보다 0.22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수출입은행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다.
우한 폐렴 확산 여파로 신흥국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기대 이상의 투자수요를 모았다는 평가다. 특히 현대캐피탈아메리카의 경우 현대차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 속에서도 해외 기관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에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생산공장 대부분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5일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현대차의 1분기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요동치던 글로벌 채권시장이 다소 잠잠해진 틈을 타 수요예측에 나선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우한 폐렴 충격이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진 않을 것이란 관측에 최근 이틀간 채권 금리 변동성이 다소 축소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 증시도 소폭 반등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