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세하 인수전 한국제지 한창제지 등 제지업체 참여로 흥행

입력 2020-02-05 17:40
수정 2020-02-05 18:14
≪이 기사는 02월05일(17:3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백판지 업계 3위인 세하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한국제지와 한창제지 등 다수의 제지업체가 뛰어들었다. 유암코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상당부분 체질이 개선됐고 원료인 고지(폐지) 가격도 안정화돼있다는 점에 전략적 투자자(SI)들로부터 흥행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세하 매각에 나선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매각주관사 삼일PwC회계법인 등이 이날 본입찰을 실시한 결과 한국제지, 한창제지 등 제지업체들을 비롯해 종이 유통업체 범창페이퍼월드 등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부족한 자금력을 보완하기 위해 사모펀드(PEF)등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대상은 유암코가 보유하고 있는 71.6%의 세하 지분 및 503억원 규모의 채권이다. 거래 가격은 1000억원대 중반 수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제지산업 내 전문성을 보유한 다수의 원매자들이 참여한만큼 어느 곳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는지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제지업체들은 세하 인수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골판지 제조업체 원창포장공업을 인수한 한국제지는 백판지 시장에 진출하려는 포석으로 세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각종 종이 제품을 유통하는 범창페이퍼월드 역시 사업 분야를 유통에서 제조까지 확대하기 위해 세하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백판지 업계 내 경쟁업체인 한창제지는 동종 업체 인수를 통해 시장 내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또 다른 백판지 시장 내 과점업체였던 신풍제지가 공장 이전 문제로 평택 백판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업계 내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세하 인수를 통해 한솔제지, 깨끗한나라 등 1~2위권 업체와 함께 과점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한창제지의 생각이다.

세하는 1984년 설립돼 199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제과, 제약, 화장품 등의 포장재로 쓰이는 범용 백판지(SC마니라지, 아이보리지 등)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772억원의 매출을 거둬 총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백판지 시장에서 약 1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세하를 비롯해 한솔제지, 깨끗한나라, 신풍제지, 한창제지 등 5대 백판지 업체들은 국내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던 세하는 2005년 카자흐스탄 광구 유전 개발 등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다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결국 2013년 말 워크아웃을 신청해 이듬해 유암코에 인수됐다. 2015년까지 적자를 이어가던 세하는 유암코의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화된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8년에도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약 9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150억~200억원대다.

유암코는 회사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자 지난해 말부터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유암코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전망이다. 이후 5월 중순에는 잔금 납입 등 매각 과정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