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과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이 실무 책임자의 ‘공개해야 한다’는 결정을 묵살하고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추 장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은 국회법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에서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검찰국 산하의 전철호 공공형사과장은 “법리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윗선에 보고했으나 묵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비공개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도 초기엔 공개에 무게를 뒀지만 장관 지시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추 장관이 지난 3일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불합리한 윗선의 지시는 거부하라’는 취지로 말해놓고 정작 자신이 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당시 “여러분은 그것(상명하복 문화)을 박차고 나가라”며 “여러분은 이제 거대한 조직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해 법조계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의 비판도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법무부는 훈령(형사공보규칙)을 근거로 들었으나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군사, 외교, 대북 관계 등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공소장 공개가 잘못된 관행이라고 주장하나 그런 판단은 일개 부서의 장(추 장관)이 아니라 국회증언감정법 개정권을 가진 국회가 입법의 형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진보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추 장관이 법을 어겼으니 국회에 나와 해명하고 스스로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공소장 공개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공개재판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기소된 뒤 공소장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선거 개입 사건은 국민 알권리가 명예훼손보다 더 우선적 가치를 가진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