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이 바다로 향하고 있다. 해녀복 차림에 채취한 해산물을 담을 망사리와 바다에 몸을 뜨게 해주는 테왁을 짊어지고 언덕을 걷고 있다. 짙은 먹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나란히 가고 있는 해녀들의 모습에서 비장한 기운마저 감돈다. 수십 년 동안 위험을 무릎 쓰고 거친 바다에서 물질을 해온 인물들의 고단한 세월이 이 장면 하나에 녹아 들어가 있는 듯하다. 이 사진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해녀들의 삶을 담아온 사진가 양종훈의 ‘제주해녀’ 연작 중 하나다.
전 세계에 해녀란 직업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특히 제주 해녀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19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그들은 산소통 없이 바닷속 20m까지 잠수해 전복과 미역 등을 채취해 살아가는데, 겨울에도 일을 하는 점에서 일본 해녀와 다르다고 한다.
제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분주한 서울 생활 가운데서도 끈질기게 제주를 찾아, 고향 사람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해녀들의 소소한 일상 모습까지 담아냈다. (제주국제평화센터 4월 15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