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KB자산운용이 골프존, 에스엠, 컴투스 등에 대해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이들 기업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주주의결권 행사) 도입이 확산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운용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B운용은 5일 효성티앤씨, 광주신세계, 골프존, KMH, 컴투스, 에스엠 등 6개 종목에 대해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해 이달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가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보유 목적이 기존 ‘단순투자’와 ‘경영참여’에서 ‘일반투자’가 추가됐다.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목적은 없지만 배당 확대와 비영업용 자산 매각 등 주주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포괄한다. 단순투자 목적의 지분변동 공시는 분기별로 보고하면 되지만 일반투자는 10영업일 안에 보고해야 한다. 경영참여의 공시 기한은 5영업일이다.
지난해부터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KB주주가치포커스’를 통해 적극적인 주주 관여 활동을 펼쳐온 KB운용 측은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KB운용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주서한 발송 등을 통해 대주주나 경영진의 행동 변화를 요구해왔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개선되지 못한 일부 종목에 대해 바뀐 제도에 맞춰 보유 목적을 변경했다”며 “주요 운용사가 지난해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이날 넥센 KISCO홀딩스 세방 등에 대해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다른 운용사들도 지난해 주주 서한을 보냈던 종목에 대해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주주 서한을 발송한다고 해서 모두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해야 하는 건 아니다”며 “지난해 회사 측에 요구했던 사항과 향후 계획, 공시에 따른 운용 전략 노출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기관투자가가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KB운용을 필두로 공·사모 운용사들이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기/양병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