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활동한 마지막 외국인 주교였던 천주교 인천교구 초대 교구장 나길모 굴리엘모 주교가 지난 3일(현지 시간) 미국 메사추세츠 주 보스톤 근교 병원에서 선종했다고 인천교구가 5일 전했다. 향년 94세.
고인은 1926년 매사추세츠주 로렌스에서 태어나 1944년 메리놀외방전교회에 입회했다. 사제품을 받은 이듬해인 1954년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돼 청주교구에서 사목하다 1961년 인천대목구가 서울대목구에서 분리되면서 주교품을 받고 인천대목구장에 임명됐다. 이듬해 초대 인천교구장이 된 후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총무, 일치위원장, 교리교육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2년 4월 인천교구장직을 사임하고 은퇴한 뒤 미국 보스톤으로 돌아갔다. 한국 생활 48년, 교구장으로서만 41년을 보낸 뒤였다.
고인은 퇴임 당시 한국경제신문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전쟁 직후의 가난한 시절 처음 이 땅에 왔는데 그동안 이룬 경제성장은 참으로 큰 기적"이라며 "그러나 그 때에는 가난했지만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서로 돌봐주는 공동체 분위기가 있었다. 공동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공동체 정신을 실천하고 있었다"고 달라진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불렀던 고인은 "낙태, 불임이 너무 심한데 이것은 우리나라(한국)를 위해서 좋지 않은 일"이라며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보물은 넓고 화려한 아파트도,고성능 자동차도 아니고 바로 하느님이 주시는 어린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은 또한 "십계명은 종교와 관계없이 사람들의 양심에 있다"며 만연한 부정부패를 없애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천주교 인천교구는 인천 동구 박문로의 인천대교구청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오는 10일 오전 10시 30분 답동의 주교좌성당에서 위령미사를 드릴 예정이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