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에 부동산 시장 '콜록'…서울 아파트 가격 떨어질까

입력 2020-02-05 17:18
수정 2020-02-06 01: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집값을 떨어뜨릴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부동산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부동산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실물 경기여서다. 이미 서울 일부 인기 주거지역에서 매수 문의가 뚝 끊기는 등 파장이 나타나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자동차 생산이 전면 중단되는 등 국내 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 투자심리가 꺾일 수밖에 없다”며 “충격 강도는 이번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되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중개업소 ‘한산’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상승률이 둔화된 상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매수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엔 거래문의가 뚝 끊겼다. 서울 마포구의 M공인 관계자는 “전화벨이 아예 울리지 않고 있다”며 “단순히 감염을 우려해 집 보러 나가는 것을 자제하는 게 아니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매수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경기 위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건자재업계는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발(發)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에 따르면 주요 레미콘사들의 1월 수도권 출하량은 약 174만㎥로 작년 동기(218만㎥) 대비 20% 급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인 기능공들이 아예 입국 금지될 경우 국내 건설현장은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미콘, 철강재 등 기초자재업계와 마감재업계도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분양연기로 주택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건설사들의 실적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모델하우스를 통해 수요자의 관심을 끌어야하는 중소 분양사업장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기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 SK뷰'는 모델하우스를 사이버 홍보관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견본주택을 통한 전시·모객 효과가 생각보다 크다”며 “특히 지방 중소 분양사업장은 사이버 홍보관만으로는 상담과 계약이 힘겨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충격을 받고 있다.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외면받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이 모이는 광역 상권일수록 타격은 커질 전망이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평균 11.7%로, 공실률 조사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주요 상권 매출이 크게 줄고 상가 공실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기화 땐 주택시장 침체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스 발생 당시엔 국내 서비스업에 주로 충격을 줬지만, 이번에는 국내 제조업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사스 때보다 대중 수출규모와 세계 경제에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차지하는 비중이 4배 이상 증가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매수심리는 실물경기에 좌우되는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된다면 이미 규제로 조정기에 들어간 주택 시장도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은 시차가 있을 뿐 같이 움직인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주식시장은 물론 부동산시장 침체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메르스와 달리 이번 사태는 경제심리 위축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계절적인 비수기까지 겹쳐 주택 거래시장의 구매심리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발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되지 않는 한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이상우 인베이디드투자자문 대표는 “메르스 때와 달리 현재는 각종 규제로 거래가 자취를 감춘 상황이라 신종 코로나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투자수요가 묶여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