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와 마우스는 PC시장의 천덕꾸러기였다. 제품 간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C에는 목돈을 투입하지만 주변기기는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게 일반적인 소비 패턴이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화질과 터치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고사양 게임이 급증하면서 고가 제품 수요가 늘었다. e스포츠 선수들이 사용하는 전문가용 제품도 판매량이 급증하는 모양새다.
“고맙다 LoL·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의 PC게임은 화려한 그래픽과 빠른 화면 전환이 특징이다. 더 깊은 몰입감을 주고 게임 능력을 높여주는 ‘장비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 세계로 중계되는 e스포츠 대회의 저변이 넓어진 것도 시장이 커진 요인 중 하나다. 선수들의 현란한 손놀림과 화려하고 생생한 게임 화면이 게이머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이들이 쓰는 기기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전체 모니터 시장은 제자리걸음이지만 게이밍 모니터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780만 대를 기록한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2023년 1220만 대로 커질 전망이다. 4년간 64% 성장하는 셈이다. ‘트렌드포스 위츠뷰’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게이밍 모니터 출하량이 111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잠정 집계량 850만 대에 비해 31% 늘어난 규모다.
게이밍 모니터의 특징은 높은 주사율이다. 주사율은 초당 몇 개의 화면을 보여주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고가 게이밍 모니터의 주사율은 240㎐ 안팎이다. 60㎐에 머무르는 일반 모니터의 네 배 수준이다. 1초에 240장의 화면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화면 비율에도 차이가 있다. 영화 스크린과 비슷한 21 대 9 제품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모니터가 안쪽으로 휜 커브드형이 대세로 떠올랐다. 넓은 화면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몰입감을 높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에 사양이 좋다 보니 게이머뿐 아니라 영상편집·개인방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크리에이터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서, 에이수스 등 외국산 브랜드가 주도하던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전통적 디스플레이 강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뛰어들면서 판이 더 커졌다. 삼성전자는 2016년 게이밍 기기 전문 브랜드 ‘오디세이’를 내놨다. 게이밍 모니터 시장 진출 3년여 만에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시장 점유율 17.9%를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다.
초당 1000회 정보 처리
마우스도 고급화 바람이 거세다. 게이밍 마우스 가격은 일반 마우스의 10배 수준인 20만원대에 이른다. 로지텍의 ‘G903 라이트스피드’가 대표적인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1680만 개 색상을 반영하는 라이트 싱크기술에 11개 프로그래밍 버튼, 초당 1000회의 정보를 주고받는 1밀리세컨드(ms)의 보고율을 내장해 더 정밀한 플레이를 지원한다. 로지텍 관계자는 “얼마나 빨리 클릭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갈리는 토너먼트형 게임에서는 마우스 성능이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에이수스는 엄지손가락 자리에 아날로그 스틱을 추가한 고성능 무선 게이밍 마우스를 내놨다. 사방으로 작동할 수 있어 게임에서의 작업 처리 속도를 높였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