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당국, 비리 금융사 고위임원 잇따라 영구퇴출

입력 2020-02-05 15:35
수정 2020-02-06 02:05
미국 금융당국이 문제를 일으킨 금융회사의 고위 임원들을 잇따라 금융업계에서 영구 퇴출시키고 있다. 기업만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핵심 인물까지 처벌해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날 골드만삭스 고위 간부인 안드레아 벨라를 미국 은행업계에서 영구 퇴출시켰다.

말레이시아 국영 투자기업 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DB) 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 때문이다. Fed는 성명을 통해 “벨라는 골드만이 1MDB의 채권 65억달러(약 7조7155억원)어치 발행을 주관할 때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1MDB의 위험을 인지하고서도 무시한 채 채권을 발행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2012년 5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MDB 채권 발행을 주관해 수수료 6억달러(약 7122억원)가량을 챙겼다.

벨라는 JP모간 출신으로 2007년 골드만삭스 파트너로 영입됐다. 2015년부터 아시아태평양 투자은행(IB) 사업부 공동 대표를 맡았다. 미국 법무부가 1MDB 비리와 관련해 2018년 11월 벨라를 기소하자 골드만삭스에서 정직당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벨라는 며칠 전 회사에서 사임했다”며 “Fed 조치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포스트는 “골드만삭스의 핵심 인물인 벨라가 아시아 시장에선 주요 ‘딜메이커’ 역할을 했다”며 “이번 조치는 미 금융당국이 지금껏 1MDB 사건과 관련해 내린 가장 엄중한 처벌”이라고 했다.

지난달 23일엔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존 스텀프 웰스파고 전 최고경영자(CEO)를 은행업계에서 내보냈다. 웰스파고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고객 동의 없이 350만 개 이상의 유령계좌를 개설한 사건 때문이다. OCC는 스텀프에게 벌금 1750만달러(약 208억원)를 부과하고 미국 은행업계 근무를 평생 금지했다. OCC는 “불합리한 영업 목표를 설정하고 직원에게 이런 목표를 달성하라고 부당한 압력을 가한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며 “이번 제재로 금융사가 공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OCC는 웰스파고 소매금융담당 임원에 대해서도 은행업계 퇴출을 검토하고 있다. NYT는 “문제에 연루된 주요 인물을 지목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게 OCC의 방침”이라며 “이는 통상적인 벌금 부과보다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