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동안 이렇게 매출이 급감한 적은 없었어요. 너무 안 팔려서 생화를 갖다버렸어요.”
5일 낮 12시 서울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 이곳에서 20년 넘게 꽃 도매업을 해 왔다는 60대 남성 송모씨는 시들어가는 꽃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따금 꽃을 사러 온 소매상들에게 송씨는 “5000원에 들여온 장미인데 3000원에 사가라”고 권유했지만 상인들은 “버리게 되면 연락달라”며 더 구입하지는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우려가 확산하면서 대학가를 비롯해 초·중·고교의 졸업식이 잇달아 연기되거나 취소돼 화훼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 도매상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90% 감소했다”며 “경매시장에서 유찰된 꽃들이 시장 한구석에서 분쇄기에 갈려 버려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졸업 축하용 꽃다발에 주로 쓰이는 안개꽃은 한 주 만에 가격이 60% 넘게 폭락했다.
2월은 화훼업계에서 ‘대목’으로 불린다. 밸런타인데이, 졸업식, 입학식 등 기념할 만한 일정이 연이어 있어서다. 하지만 이날 aT 화훼공판장 내 경매시장에서 안개꽃(안드로메다 품종)은 한 속당 평균 4942원에 거래됐다. 지난주 1만2697원에 비해 61%나 가격이 떨어졌다.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새벽에 있던 경매에 나온 물량 중 30%가량은 유찰돼 버려졌다”고 말했다.
경기 과천에서 화훼업을 하는 50대 김모씨는 “2월 일정에 맞춰 1년 전부터 씨앗을 뿌리고 물량을 맞췄는데 빚만 늘었다”며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이 되기 전까진 매출을 기대할 행사가 없다”고 걱정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