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감염된 17번, 설 연휴에 KTX 타고 대구 다녀와

입력 2020-02-05 17:28
수정 2020-02-06 02:45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국내 환자가 세 명 늘었다고 5일 발표했다. 확진자는 19명으로 늘었다.

17번째 확진자(38·남)는 경기 구리시에 거주하는 시민으로 고양시에 있는 명지병원에 격리돼 있다. 경기지역 여섯 번째 확진자다. 이 남성은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콘퍼런스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행사 참석자 중 말레이시아 국적의 확진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지난 4일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진료 후 검사를 받았다. 구리시가 경기북부 보건환경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 남성은 5일 양성으로 확인됐다. 17번째 확진자와 같은 행사에 참여한 36세 남성도 이날 오후 양성 판정을 받아 19번째 확진자가 됐다.

17번 환자는 귀국 후 11일 동안 KTX 서울역과 동대구역, 수도권 병원 세 곳과 음식점, 마트 등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달 24일 귀국해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 내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KTX로 오후 2시24분께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수성구 부모님 집으로 이동해 하룻밤을 지낸 뒤 가족 차로 북구에 있는 처가를 방문했다. 이후 택시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움직여 오후 9시26분 SRT편으로 서울로 돌아와 26일 오전 1시께 구리시 자택에 도착했다. 이날 발열 등이 있어 한양대구리병원 응급실에서 진찰받았으나 단순 발열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 방문자는 질병관리본부 지침상 관리대상이 아니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이 내리지 않자 지난달 27일 구리시 삼성서울가정의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지난 3일에도 구리시 체육관로에 있는 서울아산내과를 찾았다. 이때까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로 의심되지 않았다. 그동안 편의점, 마트 등을 방문했고 광나루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 광진구에서 볼일을 본 뒤 95번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보건당국과 구리시 등은 17번 환자가 귀국한 뒤 11일간 이동 경로와 접촉자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구리시는 동선을 확인한 즉시 의원 두 곳을 폐쇄했으며, 종합병원 응급실 접촉자 등을 파악하고 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받은 환자(55·남)는 이날 국립중앙의료원(NMC)에서 퇴원했다. 지난달 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13일 만이다. 2번 환자는 최근 발열, 폐렴 등의 증상이 완치됐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퇴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번 확진자도 증상이 호전돼 이날 바이러스 검출 결과 음성이 나오면 격리 해제할 예정이다.

전예진/임유 기자 ace@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