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15 총선에서 출마할 지역을 두고 고심 중인 가운데 '비례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라는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5일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차원에서 당헌·당규상 정해진 여성 공천 30% 비율을 맞추기 위한 공천룰 제정 작업을 준비 중"이라면서 "서울 종로를 대신해 떠오르는 용산과 양천갑은 황 대표 출마 검토 지역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 지역구가 49개 있는데 그중 여성 당협위원장 30%를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여성 당협위원장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에 황 대표가 가는 것을 두고 명분이 없다는 이야기가 공관위 차원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애초에 종로로 간다고 했으면 해결됐을 문제인데 총선을 진두지휘하겠다는 당 대표가 다른 당협위원장 자리에 낙하산처럼 가는 모양새에 황 대표도 고심이 깊다"라면서 "부담도 느끼는 만큼 결국 비례대표로 가는 안이 심도 깊게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치는 결국 명분 싸움 아닌가"라며 "해당 지역에서 활동 중인 여성 당협위원장들을 배제하면 공관위 역시 스스로 자신들의 말과 대치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현 무소속 의원 종로 출마 선언과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종로 출마설, 신진 등판설 등이 흘러나오면서 황 대표의 종로 출마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용산과 양천갑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용산·양천갑 출마도 쉽지 않다는 것이 당내 분석이다. 용산은 황춘자 서울특별시당 여성위원장이 양천갑은 김승희 의원(비례대표)이 현재 당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공관위 차원에서 여성·청년의 공천 확대를 추진 중인 만큼 기존에 활동 중인 여성 당협위원장들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종로를 피하는 것이 자칫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대결을 피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선거 전반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황 대표 역시 비례대표 출마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래한국당 출범이 걸림돌이다. 황 대표가 비례대표로 출마를 할 경우 당적을 미래한국당으로 옮기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한국당 당적을 유지하는 비례대표 출마도,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파는 것도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공관위 차원에서 황 대표가 비례대표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이 전 총리와의 대결 회피, 총선 패배에 대한 두려움 등 비판받을 내용도 많지만, 전체 선거 판도를 고려하는 결정을 공관위와 황 대표가 내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 남은 것은 당적 교통정리 문제"라며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보니 스텝이 꼬이고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당 공관위는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로 회의를 열고 황 대표 출마 관련 내용, 컷오프(공천 배제), 공천 기본점수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